"(양)의지 사인에 계속 고개를 가로젓더라. 그러다가 결국 안타를 내주고".
볼배합의 문제를 지적하는 동료의 한 마디였다.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29)에 대한 안타까운 쓴소리가 의미심장했다.

지난 4월 27일 라몬 라미레즈를 대신해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로 한국 땅을 밟은 페르난도는 올 시즌 3경기에 나서 1패 평균자책점 8.76(19일 현재)으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18일 잠실 한화전서는 3이닝 동안 6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1개) 2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며 결국 계투 조기 투입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날 페르난도는 최고 150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주로 구사했다. 52개의 공 중 직구가 32개였으며 10개 가량이 체인지업, 9개가 슬라이더였다. "구위는 그동안 세 경기 중 가장 좋았다"라는 것이 팀 내 평가. 사사구를 하나만 내줬다는 점도 지난 12일 광주 KIA전(5이닝 사사구 8개)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팀에서는 볼배합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미 윤석환 투수코치는 7일 잠실 롯데전(4⅓이닝 7피안타 6실점) 이후 페르난도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볼배합이 아쉬웠다"라는 말로 페르난도가 메이저리그 시절의 투구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페르난도가 양의지와 호흡을 맞출 때 고개를 흔드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양의지의 사인에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 동료는 "페르난도가 양의지의 사인을 따랐다면 어땠을까"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18일 의지가 몸쪽으로 공격적인 리드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페르난도는 그 때마다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이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더라. 그러다가 한상훈 타석에서 몸쪽 공 대신 상대가 노리고 있던 바깥쪽 체인지업을 통타당해 안타를 내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의지의 리드도 참고하면서 던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 대 힘으로 맞붙는 경우가 많은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 야구는 타자의 컨택 능력이나 선구 능력이 투타 대결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동료의 짧지만 강력한 한 마디를 페르난도가 다음 경기서 과연 참고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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