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타자들, 감독을 닮아가기 시작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0 10: 41

원샷원킬. 클러치히터는 절대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클러치히터로 명성을 떨쳤다. 1982년 서울에서 벌어졌던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8회 스리런 홈런을 바로 한 감독이 작렬시켰다. 해태로 트레이드된 첫 해였던 1986년에는 무려 16개의 결승 타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유독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리며 기록 이상의 임팩트를 떨쳤다. 골든글러브 최다 8회 수상도 바로 '해결사 본능' 덕분이었다.
"승부처에서 유독 강한 타자들이 있다"고 주장한 한 감독은 "찬스에 강한 타자들은 그만큼 집중력이 좋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찬스가 되면 많이 떨렸는데 그런 상황을 많이 겪다 보니 적응이 됐다"며 "결국에는 경험이다. 경험이 많이 쌓이면 대처능력도 좋아진다. 물론 극복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우리팀 타자들은 찬스에 더 움츠러든다. 그럴 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자신있게 스윙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한 감독의 현역 시절 해결사 기질이 한화 타자들에게도 조금씩 스며들어가기 시작한 모습이다.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이 그랬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0의 균형이 이어진 6회. 한화는 1사 2루 찬스를 잡았다. 강동우는 두산 선발 김선우로부터 초구를 공략해 유격수 쪽 강습 타구를 날렸다.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실질적인 안타나 다름없었다. 계속된 1사 1·3루에서 한상훈은 7구 승부 끝에 우전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강동우가 초구부터 과감하게 나가는 적극성을 보였다면, 한상훈은 파울로 커트해내는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9회에도 이대수가 2사 2루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한화는 5월 16경기에서 8승8패로 순항하고 있다. 5월 성적만 놓고 보면 전체 5위에 해당하는 호성적. 찬스를 놓치지 않는 타자들의 집중력을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다. 한화는 5월 득점권 팀 타율이 무려 3할1푼이다.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할이 넘는 득점권 팀 타율을 기록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당연히 득점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4월에만 하더라도 경기당 평균 득점이 3.1점밖에 되지 않았던 한화였지만 5월에는 정확히 1점이 오른 4.1점이다. "득점권 타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한 감독의 이유가 나타난다.
한화는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는 물론 타격 20걸에도 이름을 올린 타자가 없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 3할 타자는 정원석(0.364) 한상훈(0.348) 강동우(0.344) 등 3명이나 된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90타석 이상 출장한 타자로 범위를 넓히면 장성호(0.350) 이여상(0.320) 김경언(0.318) 등 득점권 3할 타자가 3명이나 더 늘어난다. 4번타자 최진행도 시즌 타율(0.240)보다 득점권 타율(0.273)이 더 높다. 최고참 강동우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감독님이 툭툭 하는 조언이 도움이 된다. 득점권에서 노림수를 갖고 적극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찬스에서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더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드는 한화 타자들. 점점 '해결사' 한대화 감독을 닮아가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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