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폭발' 김혁민, 차우찬 케이스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0 07: 07

역시 공이 빠른 투수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어느 순간 어떻게 잠재력이 폭발할지 모르는 일이다.
한화 5년차 우완 투수 김혁민(24)이 알 껍질을 깨고 나왔다. 김혁민은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7⅓이닝을 소화하며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데뷔 후 최고 피칭으로 평균자책점은 0.47까지 내려갔다. 놀라운 반전이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김혁민이다. 선발투수들의 잇단 부진으로 빈 자리가 하나 생기면서 주어진 한 번의 기회를 움켜잡았다. 그것도 최고의 성적으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5일 대전 SK전에서 5⅔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무자책)으로 가능성을 내비친 김혁민은 13일 대전 삼성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되며 가능성을 실현시켰다. 이윽고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으로 가능성을 현실화시켰다. 19이닝 동안 11피안타 5볼넷을 내주면서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84에 불과하며 피안타율도 1할6푼4리밖에 되지 않는다. '대포동 미사일' 같은 최고 150km 강속구와 타자 앞에서 뚝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지금 삼성 에이스로 자리 잡은 차우찬이 그 주인공이다. 차우찬도 지난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첫 8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3.46에 그치며 다시 2군에 내려가는 등 부침이 있었다. 그런 차우찬이 바뀐 건 지난해 6월25일 목동 넥센전이었다. 선발투수들의 부상 공백으로 이날 선발 기회를 잡은 차우찬 6⅓이닝 4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깜짝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을 기점으로 시즌 종료 때까지 차우찬의 성적은 9승1패 평균자책점 1.87이었다.
김혁민도 동갑내기 차우찬과 비슷한 케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김혁민도 차우찬처럼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되지않고 마운드에서 도망가기 바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차우찬이 이를 극복했고 김혁민도 이겨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8.3개에 달했던 9이닝당 볼넷이 올해 2.3개로 6개나 줄어들었다. 마운드에서 자신없이 피해가는 피칭도 없어졌다. 잘 던지니 얼굴도 왠지 잘 생겨 보인다. 차우찬에 대해 야구인들은 "얼굴이 달라졌다"고 말하는데 자신감이 표정에서 잘나타난다. 김혁민에게 '괴뢰군'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던 한대화 감독도 요즘 그를 보며 "잘 하니까 얼마나 이뻐 보이냐"며 반색이다.
지난해 막판 차우찬은 "제구는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직접 깨우쳐야 한다. 왜 이제야 이것을 알았을까 싶을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한순간 깨우친 것이다. 깨우침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주자가 나가있어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서진다. 예전에는 주자가 나가면 볼넷을 주고 스스로 무너졌는데 이제는 떨지 않고 승부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볼에 힘이 있어 장타도 잘 맞지 않는다"며 자신의 볼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김혁민도 "전에는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이제는 힘을 빼고 던진다는 생각"이라며 어느 정도 깨우침을 보였다. 그는 "나도 (차)우찬이처럼 확 뜨면 좋겠지만 그보다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싶다. 계속 잘하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혁민이 차우찬 케이스처럼 된다면 한화는 강력한 우완 에이스를 손에 넣게 된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