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홀로 살 수 없듯 투수의 승리도 혼자 이뤄질 수 없다.
지난 19일. LG 박현준은 광주 KIA전에서 5⅔이닝 8피안타 4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퀄리티 스타트를 하지 못했지만 박현준이 승리를 거두는 데에는 큰 문제 없었다. 6회까지 LG 타선이 9득점을 지원한 덕분이었다. 반면 같은 시각 잠실구장에서 한화를 상대한 두산 김선우는 8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두산 타선이 단 1점도 지원하지 못한 심각한 빈공 탓이었다.
LG 박현준은 올해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9경기에서 무려 7승(1패)을 거뒀다. 리그 5번째로 좋은 평균자책점 2.58에서 나타나듯 안정감있는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산 김선우도 박현준 못지 않은 좋은 피칭을 거듭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1.35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9경기에서 4승(3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두 투수 모두 좋은 피칭을 하고도 승패가 엇갈린 데에는 타선의 득점지원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박현준은 59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51득점을 지원받았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7.74점으로 전체 1위에 해당한다. 팀 타율(0.275)·홈런(32개)·득점(5.3점) 1위에 올라있는 LG 막강 타선으로부터 화끈한 득점지원을 받았다. 물론 1점·2점·3점씩 지원받은 것도 한 차례씩 있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넉넉한 득점지원을 받았다. 올해 박현준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에는 LG 타자들의 화끈한 지원을 빼놓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반면 김선우는 60이닝 동안 고작 20득점밖에 지원받지 못했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2.99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밑에서 두 번째로 낮다. 선발등판한 9경기 중 1점도 지원받지 못한 경기가 4차례나 된다. 1득점도 1차례. 올해 두산 타선이 다소 침체한 모습인데 에이스 김선우가 선발등판하는 날 유독 심하다. 에이스의 기를 살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즌 초반 LG와 두산의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가 나타난다.
이외 LG 벤자민 주키치(7.06점), 롯데 장원준(6.58점), KIA 윤석민(6.39점) 등이 화끈한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주키치가 마운드에 있을 때 LG 타선은 8득점 이상을 3차례나 기록했다. 장원준도 롯데 타선으로부터 4득점 이상 지원을 5차례나 받았다. 과거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던 윤석민도 가장 최근에는 무려 11득점을 한꺼번에 지원받는 등 4득점 이상 지원이 4차례 있다. 에이스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주키치 장원준 윤석민 모두 승이 패보다 3개 이상 많다.
대조적으로 넥센 브랜든 나이트(1.97점)를 필두로 삼성 카도쿠라 켄(3.43점), 삼성 윤성환(3.55점)은 득점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나이트가 4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넥센 타선은 고작 10득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0득점 지원이 3차례나 되고 1득점 2차례, 2득점 1차례, 3득점 2차례로 지독히도 득점지원을 받지 못했다. 카도쿠라도 2득점 이하 지원이 무려 5차례나 되며 윤성환도 3득점 이하 지원이 6차례나 있다. 나이트와 윤성환은 투구내용에 비해 승보다 패가 더 많고, 카도쿠라도 2점대(2.79) 평균자책점에도 2승2패에 만족하고 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