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계투가 된 '정리 대상자' 박정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5.20 10: 44

2009시즌 후 만약 그를 방출했더라면 어땠을까. 한화 이글스에게는 너무도 끔찍한 상상이다. 베테랑 좌완 박정진(35)의 활약이 한화 이글스의 '믿는 구석'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박정진은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서 3⅓이닝 동안 60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역전과 재역전이 거듭된 접전에서 그는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팀 승리를 지켰다.

 
지난해 2승 4패 10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하며 계투진에서 분전했던 박정진은 올 시즌 3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2.35(19일 현재)로 활약 중이다. 특히 그가 2009시즌 후 방출될 뻔 했던 투수였음을 떠올리면 박정진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한대화 감독의 선택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세광고-연세대를 거쳐 지난 1999년 한화의 1차지명 신인으로 입단한 박정진은 2003시즌 6승 7패 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비췄다. 그러나 2004시즌 후 병풍에 휘말려 3년의 1군 공백을 겪었다. 2008년과 2009년 복귀해 재기의 날개를 펼치고자 했으나 도합 22경기 출장에 그쳤다.
 
한 감독이 새로 부임하기 전 박정진은 이미 팀의 정리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우리나이 서른 넷에 최근 실적이 없던 좌완. 그러나 한 감독은 선수단을 둘러본 뒤 박정진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줬다. 워낙 선수층이 얇았던 데다 군 문제가 걸린 선수들이 많았던 만큼 박정진은 또 한 번 기회를 줄 만도 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태극마크도 달면서 잘했던 친구다. 원래 2009년 후 팀에서 정리될 예정이었는데 왼손 투수 한 명이 귀했던 시기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자 했는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한 감독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박정진에 대해 대견해하며 전한 이야기다.
 
올해는 더욱 좋다는 것이 한 감독의 평가. "공이 더 좋아졌다. 게다가 몰리던 카운트에서 정말 좋은 공을 던져 위기를 빠져나오더라"라며 한 감독은 흡족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잠실 원정 3연전을 2승 1패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던 발판이 된 투수 조장인 만큼 기를 살려준 것과 같다.
 
박정진 또한 18일 호투 후 "내 개인의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승리해 기쁘다. 정민철 코치께서 힘내라고 격려해주셨고 나 또한 투수조장으로 끝까지 책임감을 느끼고 던졌다. 4월에는 어깨에 힘이 조금 들어갔었는데 최근에는 욕심을 버리고 편하게 던진 것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마음이 호투의 이유였다.
 
그동안 리빌딩을 제창해 왔던 한화지만 이 또한 팀의 축이 되는 베테랑이 팀을 지켜야 가능한 법. 방출 위기에서 살아나 두 시즌째 맹활약 중인 박정진의 활약은 분명 한화에 뜻깊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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