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위 추락' 두산, 누굴 위한 야구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5.20 10: 46

5월 전적 4승 11패. 특유의 매섭던 야구가 언젠가부터 사라졌다. 1113일만에 6위까지 떨어진 두산 베어스의 자화상이다.
 
두산은 19일 잠실 한화전서 상대 선발 김혁민을 비롯 마일영-오넬리 페레즈에게 도합 5안타로 묶이며 0-2 영봉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17승 1무 18패로 시즌 첫 4할 승률(4할8푼6리, 19일 현재)로 롯데에 밀리며 6위로 떨어졌다.

 
특히 선발 김선우가 나무랄데 없는 호투를 펼쳤음에도 그를 돕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 1패 이상의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김선우는 19일 5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6회 손시헌의 연속 실책을 빌미로 한상훈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연속이닝 무실점 행진을 마쳤다.
 
8회까지 3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1개) 1실점 비자책으로 한화 타선을 막아내며 30이닝 연속 선발 비자책 행진은 이어갔다. 그러나 김선우에게 돌아온 것은 3패(4승)째였다. 김선우 등판 시 타선 지원은 2.95점으로 브랜든 나이트(넥센, 1.92점)에 이어 8개 구단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중 두 번째로 낮다.
 
여기에 두산 타선은 박현준(LG)과 트레비스 블렉클리(KIA)에 이어 김혁민(한화)에게 꽁꽁 묶이며 달갑지 않은 '스타 메이커'가 되었다. 현재 팀 내 원정 기록 전력분석원이 은퇴한 전상렬씨 한 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있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보다 선수들이 경기 후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꼬집었다.
 
"경기 후 하이라이트 방송도 있고 요즘은 다시보기 서비스도 있다. 맞상대하지 못한 선수라도 잠깐 영상을 보면 특징이 어떤지 알 수 있다. 한 번 당한 선수한테 두 번 당하고 낯선 투수에게 고전하니 안쓰러울 정도다".
 
얼마 전까지 야구계에서는 지난 4년 간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차지한 절대 강호 SK의 라이벌에 가장 가까운 팀으로 두산을 꼽는 경우가 많았다. 누상에 나가면 거침없이 빠른 발로 베이스를 훔쳤고 번트가 아닌 강공이나 밀어치기를 통해 상대 수비 시프트를 외면하는 공격력이 있었다. 팜에서 선발 에이스는 크지 못했지만 계투진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리는 젊은 투수들도 있었고 그들은 SK와의 경기서 한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포스트시즌 패퇴가 이어졌지만 선수들의 분발은 높이 살 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언젠가부터 두산은 소수의 선수가 경기를 이끄는 경우가 많았다. 19일 선발 김선우 외에도 시즌 초부터 극한 부진에 빠졌던 이성열이 2번 타자로서 4타수 2안타로 분전했다. 연결되는 선수들의 동반 활약을 보기 힘들어진 두산 야구다. 누구나 상승세와 하락세를 걷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특히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이 많다.
 
선수들 사이에도 밝은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 우승의 당위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시즌을 시작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야구로 인해 분위기가 변했다. 이전의 두산은 안 좋은 기억은 가능한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 긍정적 분위기가 강했다.
 
그동안 두산의 연봉 협상 마찰 시 선수들은 자신과 비슷한 실력이나 인지도의 SK 선수의 연봉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두 분전했고 열심히 야구에 임했으나 그 성과물이 될 제시액이 기대에 못 미쳐 협상이 지지부진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SK 선수들에게는 '우승 프리미엄'이 있는 반면 두산은 선수 연봉에 포스트시즌 공헌도를 포함하지 않는다. 선수에게는 서운한 일이지만 구단이 얼마나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말라있는지 알려주는 단면이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다"라는 것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대체적인 이야기. 선수 개인만이 아닌 팀의 좋은 성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 지, 이를 선수들이 정말 제대로 깨닫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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