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 시술로 자신감을 되찾은 안재권 씨 이야기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5.20 12: 02

2005년 5월 보험 적용 이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청각장애나 고도난청자로 남녀 간의 차이는 적은 편이다.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았으나 2007년 1월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보통사람처럼 평범한 일상을 자신 있게 살고 있는 안재권(42세)씨를 만나봤다.
▲돌발성 난청으로 보청기를 착용

어린 시절은 남들과 똑같이 정상적인 청력을 가지고 생활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했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다. 소음 환경에서 점점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고, 1991년 대학교에 입학하고 강의를 듣는 것이 힘들어져 보청기를 착용했다.
2002년 잘 들리던 소리마저 안 들리면서 돌발성 난청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 열흘 정도 입원하기도 했다. 소리를 들리지 않으면서 생활의 불편함도 가중되었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병원에서는 인공와우 시술을 권유했는데, 2006년 말 수술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 2007년 1월 인공와우 시술을 받았다.
▲인공와우 시술 이후 변화된 생활
수술 전에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을 뿐더러 수화를 할 줄도 몰랐다. 일은 하고 있었지만 말을 잘 하지는 못했다. 1~2년이 지나고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사용하면서 말소리를 알아듣게 되었고, 더불어 소리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자신감이 생겼다. 청력이 나빠지고는 말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성격이 급해지고,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러나 인공와우 시술을 받은 이후로는 목소리 크기가 낮아지고, 속도로 느려지고 성격이 좀 더 차분해졌다.
▲정부에서 80% 수술비용을 지원 받아
인공와우 시술을 받기 전에는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위축된 마음으로 삶을 살았다. 초기에는 수술비용도 비쌌고, 등에 매고 다니는 인공와우를 본 적이 있어 외형적으도 고민이 되어 수술을 망설였다.
2005년부터 정부에서 80% 인공와우 수술비용을 지원해 주었다. 인공와우 기기도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크기나 성능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인공와우는 임플란트를 달팽이관에 삽입하고 평생 그 기계음을 통해 소리를 듣는 방법이다. 이미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기계음으로 소리를 드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스스로 건강한 삶을 영유하기 위해 인공와우 시술을 결정했다.
시술 후 재활치료를 하면서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원활하게 대화가 가능해졌으며 잃고 지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수술에 대한 부담감도 잠시, ‘왜 좀 더 일찍 인공와우 시술을 받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자연스럽게 인공와우 시술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내 생활의 변화를 자주 보여주고 들려주게 되었고, 지금은 인공와우 사용자들의 모임도 운영하면서 지내고 있다.
▲소리로 삶을 향한 도전과 패기를 되찾아
인공와우 착용자들은 헤어스타일만 관리를 잘해도 외부 음향처리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코클리어의 뉴클리어스 5 제품의 경우 크기도 작아지고, 무게감이나 부피감도 기존 제품보다 줄어들었다. 배터리도 3알에서 2알로 줄었고, 디자인도 예쁘고 이전 모델에 비해 사용하기 편리해졌다. 무엇보다 소리의 품질이 매우 좋아졌다.
가끔 주변에 청력이 좋지 않아 잘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냐고 짜증을 내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또박또박 대화를 해보려고 노력하자.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안경을 끼고, 라식 수술을 받는 것처럼 그들이 안경을 착용했다고 장애인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처럼, 청각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으면 한다.
인공와우 착용자도 크게 선천적 실청인과 후천적 실청인으로 나눌 수 있다. 후천적 실청인의 경우 인공와우 수술이 청력회복에 도움이 되어 수술 후 일정 기간 재활 후 정상적으로 사회생활 및 가정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초기 재활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므로 이들의 재활(듣기 훈련, 기기 안정화)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편안하게 대해 준다면 “귀가 나빴던 사람이 맞았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선천적 실청인의 경우 재활 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소리를 못 듣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언어 변별력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이들을 대해줬으면 좋겠다. 그들의 작지만 놀라운 변화를 인정해주고 길고 긴 재활의 시간을 자신감 있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공와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비단 소리를 잘 듣는 것만이 아니다. 나약하고 자신 없었던 모습에서 도전과 패기, 삶에 대한 진취적인 태도까지 변화하게 된다. 일반인들의 작은 배려와 태도가 청각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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