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승' 한화,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반전드라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1 07: 00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한화발 태풍이 불고 있다.
한화가 예사롭지 않은 상승세를 타고있다. 한화는 5월 17경기에서 9승8패라는 기대이상 성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15승24패1무가 된 한화는 7위 넥센(15승23패)과의 격차도 반경기차로 줄였다. 투타에서 놀라운 조화를 이루며 시즌 첫 2연속 위닝시리즈와 3연승까지 내달리고 있다. 시즌 전부터 강력한 최하위 후보로 지목됐고 4월에는 6승16패1무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5월이 되자 확 달라졌다.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 코칭스태프·경영진 교체 충격

한화는 지난 3~5일 SK와 대전 홈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그날밤 한대화 감독은 코칭스태프 1·2군 보직 변경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통음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면 결단이 필요했다.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 이후 13경기에서 8승5패. 이 기간 동안 한화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팀은 롯데(8승3패)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15일 오전에는 구단 사상 처음으로 시즌 중 대표이상 및 단장의 동반교체가 발표됐다. 그룹 차원에서 내린 후속 조치. 공교롭게도 그날부터 4승1패로 훨훨 날고 있다.
선수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최고참 강동우는 "선수들이 못한건데 괜히 코치님들과 사장·단장님들께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양훈은 재활군으로 자리를 옮긴 한용덕 투수코치의 등번호 77번을 모자 옆에 적어 놓으며 투혼을 불살랐다. 한대화 감독은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선수들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경영진 교체 후 그룹 차원에서 투자확대를 약속한 것도 선수들에게는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길수록 당근이 많아지는 법이다.
▲ 젊은 마운드 경쟁 효과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한대화 감독은 최근 상승세에 대해 "결국은 투수들이 승부가 되는 경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만큼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4월 5점대(5.60)였던 팀 평균자책점이 5월 4점대(4.26)로 1점 이상 낮아졌다. 특히 선발진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4월 6점대(6.11)였던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4월에는 3점대(3.67)로 뚝 떨어졌다. 5월 이후만 추리면 8개 구단에서 전체 3위에 해당하는 호성적. 선발진만 놓고 보면 리그 세 손가락에 드는 것이다. 그것도 외국인투수 도움 없이 거둔 성적이다. 
 
젊은 투수들 사이에서 확실한 경쟁 효과가 붙었다. 지난 15일 대전 삼성전에서 안승민이 6⅔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자 1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김혁민이 7⅓이닝 무실점으로 최고 피칭을 했다. 그러자 20일 군산 KIA전에서는 류현진이 8이닝 무실점으로 그보다 더 뛰어난 피칭을 펼쳤다. 젊은 투수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혁민은 "후배들이 잘하는 게 자극이 된다"고 인정했다. 김혁민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양훈 장민제 유원상 등에게도 자연스럽게 번져나가고 있다. 덕분에 한화는 2경기 연속 영봉승 포함 21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 베테랑 야수들의 힘
마운드에서 젊은투수들이 빛나고 있다면 야수들 사이에서는 베테랑들의 존재가치가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강동우 한상훈 장성호 정원석 이대수 등 30대가 된 중고참 선수들이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공수주에서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미로 젊은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최고참 1번타자 강동우는 타율이 낮지만 결정적인 한 방으로 언제나 팀 승리의 중심에 있다. 한상훈도 젊은 선수들을 능가하는 에너지로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야구가 기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장성호는 9년 연속 타율 3할 친 타자답게 확실히 클래스가 다른 타자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정원석도 지난해 활약이 반짝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 대신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격수 이대수도 한화 사상 최고 유격수를 향해 전진해 가는 중이다. 리빌딩이란 젊은 선수들이 주를 이뤄야 하지만 결국 모범이 되어 승리를 만들어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베테랑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들은 모두 "지금에 절대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끊임없는 목표 추구야말로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덕목. 그들은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 물오른 한대화 리더십
지난 겨울 한화는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구단 고위층에서는 "한대화 감독의 용병술을 믿는다"고 했다. 한대화 감독은 졸지에 모자와 지팡이만 달랑 받고 마술을 부려야 할 처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한 감독은 "어쩌겠나. 마술 한 번 부려봐야지"라며 의욕을 잃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담배량이 늘어갔지만 그래도 눈은 언제나 선수들을 향해 있었다. 시즌 초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오히려 몸에 좋은 쓴 약으로 삼았다. 그리고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빌딩뿐만 아니라 성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타자들에게는 특유의 원포인트 레슨으로 기술적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강동우는 "감독님이 삼성 코치 시절에도 그랬지만 타격을 보는 눈이 정말 좋다. 그냥 지나가면서 툭툭 던지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신적으로도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쓰며 선수들을 자극하고 있다. 잘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참 잘생겼다. 계속 잘할거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반면 야간훈련을 빼먹고 칼퇴근하는 선수에게는 "많이 바쁜가봐? 야구하지 말고 영화배우나 하라"며 자극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선수들에게는 자극이 된다.
한 감독 스스로도 실수는 인정하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지난 10일 잠실 LG전 투수교체 실패 후 한 감독은 "그날 너무 후회되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정석대로 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한화는 이기는 경기에서 필승조 박정진을 확실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실패의 깨우침이 만든 승리. 그것이 지금 예기치 못한 한화의 반전드라마로 이어지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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