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 사이드암'박현준(25, LG 트윈스)의 쾌속 질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현준이 산삼까지 먹으며 특급 피칭을 이어갈 태세를 마쳤다.
박현준은 지난 1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KIA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105개를 던져 8피안타(1홈런 포함) 3사사구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7승(1패)째를 거두며 다승 부문 단독 1위 쾌속 질주를 이어갔다.
박현준은 시즌 개막 후 9경기에 선발 등판해 59⅓이닝 동안 959개를 던졌다. 이닝당 평균 투구수도 16.16개나 된다. 총투구수의 경우 1049개를 던진 류현진(24, 한화)과 980개를 던진 차우찬(24, 삼성)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자타공인 '원조 괴물' 류현진은 지난 2006년 데뷔 후 6년 1024⅔이닝을 던졌고, 차우찬 역시 지난해부터 선발로 전환해 체력적인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박현준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선발이 아닌 롱릴리프로 준비를 했다. 캠프에서 투구수도 4000개가 넘었기에 혹시 시즌 중반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괜한 우려였던 것인가. 박현준은 20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와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되고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는 없다. 체력 만큼은 타고 났다.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한 뒤 "사실 어제 아버지 친구분께서 산삼을 주셔서 조금 전 산삼 한 뿌리 씹어 먹었다"며 웃었다.
박현준은 "아버지랑 같이 산에 다니시는 친구분께서 며칠 전에 산에서 직접 산삼을 캐셨다며 아버지께 '현준이 먹여라'고 주셨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조금 전에 꼭꼭 씹어 삼켰다"며 "이제 이거 먹었으니까 체력 걱정은 없다"고 좋아했다.

무엇보다 박현준에게 체력은 절대적이다. 그는 현재 안정된 투구 밸런스를 바탕으로 150km가 넘는 직구와 사이드암에서 보기 힘든 포크볼을 주무기로 한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져 직구 구속이 떨어지고, 포크볼을 던질 때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가지 못할 경우 박현준은 제구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곁을 지나가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올 시즌 MVP를 벌써부터 인터뷰를 하냐"며 농담을 할 정도로 현재 박현준의 페이스는 좋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20승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박현준은 "아직까지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일단 목표로 잡았던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 우리 팀이 12승을 거두는 것이 우선"이라며 "전반기까지는 이 목표를 이어가고 그 다음에 차차 생각해 보겠다. 지금은 있는 힘껏 던지겠다"고 밝혔다.
박현준은 양심이 있었다. 본인은 산삼을 먹은 대신 19일 광주 KIA전에 앞서 전주에서 아들을 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부모님을 통해서 이모님이 직접 담그신 복분자 원액 1.5리터 패트병 10개를 선수단에게 전달했다.
LG는 17일 KIA에 영봉패(0-11), 18일에도 3-7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그러나 19일 박현준이 가져다 준 복분자를 경기 중에 수시로 마시며 14안타를 폭발시키며 "복분자 효과가 있었다"는 농담까지 나왔다.
자신의 몸 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꼼꼼히 챙긴 덕분일까. 박현준은 59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51득점을 지원받았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7.74점으로 전체 1위에 해당한다.
'참 좋은데 뭐라고 증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모 CF 광고 문구처럼 박현준의 '복분자 매직'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한 물증이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