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20개씩 던져도 지치지 않는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1 07: 11

괴물은 지치지 않는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최고의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0일 군산 KIA전에서 8이닝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시즌 첫 3연승을 이끌며 4승(5패)째를 챙겼다. 이날 류현진은 8회까지 총 128개의 공을 던졌는데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투구수였다. 올해 류현진은 120구 이상 경기가 4차례나 있고 119구 경기도 1차례 있다.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데뷔 후 최다타이 134구를 뿌렸다.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류현진은 "나는 많이 던져도 전혀 힘들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타고난 강철 어깨인 것일까. 그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전부가 되지는 못한다. 타고난 유연성과 함께 평소 꾸준한 러닝과 밸런스 훈련으로 몸 관리를 잘하는 것도 이유겠지만 투구 패턴에서도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위기 때에만 전력피칭하는 류현진 특유의 강약조절이 바로 그것이다.

20일 군산 KIA전에서 잘 나타났다. 류현진은 1회 선두타자 이용규를 뜻하지 않게 2루수 전현태의 실책으로 출루시켰다. 그러자 경기 초반부터 전력투구하기 시작했다. 이범호에게는 최고 149km 직구를 뿌렸고 4번타자 최희섭에게는 4개의 직구를 모두 몸쪽으로 쑤셔넣었다. 다행히 득점권 위기에도 특유의 관리능력에도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1회에만 총 25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중에서 18개가 직구였다. 체력소모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2회부터 류현진은 투구 패턴을 다르게 가져갔다. 1회와 달리 2회에는 직구와 변화구를 각각 8개씩 똑같은 비율로 던졌다. 3회에는 상위타순을 맞아 18개 중에서 14개를 직구로 던져 힘으로 승부했지만 4회부터는 다시 변화구 비율을 높였다. 직구·변화구 갯수를 4회 7개·5개, 5회 5개·7개, 6회 4개·14개, 7회 4개·9개, 8회 5개·9개로 배합했다. 이날 전체를 통틀어 봐도 128개 중에서 직구가 65개로 50.8%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밖에 던지지 않았다.
1회 많은 공을 던진 것이 이유였다. 류현진은 "올해 경기 후반에 많이 맞아서 초반에는 천천히 던진다. 하지만 오늘은 1회부터 위기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전력 투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류현진은 변화구 비율을 많이 가져가면서 힘을 비축하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았다. 최저 109km짜리 슬로 커브는 타이밍을 빼앗기에 안성맞춤이었다. 1회 투구수 증가라는 돌발 변수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특유의 강약조절로 위기를 잘 넘어갔다. 상황에 따라 던질 능력이 류현진에게 있는 것이다.
물론 류현진이 직구의 비율을 낮춘 건 아니다. 그는 "직구가 좋아야 변화구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처럼 투구수가 증가하면 직구의 비율을 높게 가져가기도 힘들다. 때로는 직진이 아니라 우회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류현진은 강약조절을 누구보다도 잘하는 투수이고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있다. 투구수 조절이 잘되는 날에는 이닝을 거듭할수록 공이 더 빨라지는 것도 그만큼 체력조절을 잘하기 때문이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이상군 운영팀장은 "보통 투수들과 가장 다른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따라한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120개씩 던져도 류현진이 지치지 않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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