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즈마저 무너뜨린 한화 타선의 집중력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1 20: 26

거칠 것 없는 한화 타선이 최고 외국인 투수도 무너뜨렸다.
KIA 아퀼리노 로페즈(36)는 의심의 여지없는 최고의 외국인투수. 21일 군산 한화전을 치르기 전까지 7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서 그렇지 투구 내용은 최상급이었다. 특히 7경기에서 54이닝을 소화한 게 눈에 띄는 대목.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7.71이닝. 한번 등판하면 8이닝 안팎을 기본적으로 소화하는 최고의 이닝이터였다.
로페즈가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건 투구수를 아끼고, 관리할 줄 아는 투수였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로페즈의 이닝당 투구수는 13.9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 가장 적은 수치였다. 규정이닝뿐만 아니라, 12경기 이상 뛴 구원투수로 그 범위를 넓혀도 로페즈보다 이닝당 투구수가 적은 투수는 SK 정우람(13.8개)밖에 없었다. 그만큼 로페즈는 투구수를 관리할 줄 아는 노련한 투수였다.

게다가 로페즈는 한화에게 강한 투수였다. 올해 3승 중 2승을 한화를 상대로 거둔 것이다. 평균자책점 1.20으로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눌렀다. 15이닝 동안 탈삼진 14개를 잡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8이닝 1실점과 7이닝 1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1회 선두타자 강동우에게 초구 안타를 맞았지만 상대 스리번트 실패와 장성호의 병살타로 공 7개로 요리해 강세가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2회부터 한화 타자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5번타자 정원석이 로페즈와 무려 11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였다. 투스트라이크로 몰린 후 무려 6차례나 파울로 커트하는 끈질긴 승부로 3루 땅볼 아웃됐다. 그냥 아웃이 아닌, 효율적인 아웃이었다. 이어진 2사 1·2루에서도 이희근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 5차례나 파울로 커트해내 로페즈와 10구까지 승부하며 괴롭혔다. 로페즈는 2회에만 32개의 공을 던졌다.
3회 한화 타선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강동우와 장성호의 안타로 잡은 2사 1·3루에서 최진행의 3루쪽 내야안타로 동점을 만든 뒤 정원석과 이대수의 연속 적시타가 터져나왔다. 3회에만 안타 5개로 3득점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중요한 건 5개 안타 중 4개가 2사 이후 그것도 연타로 터져나왔다는 점. 그야말로 정신없이 두들겼다.
한화는 3-4로 역전당한 5회에도 2사 2루 찬스에서 정원석이 이번에는 로페즈의 초구를 통타해 깨끗한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며 로페즈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로페즈는 6회부터 마운드를 손영민에게 넘겨야 했다. 5이닝 11피안타 3탈삼진 4실점. 총 투구수는 정확히 100개였다. 5이닝은 로페즈의 시즌 최소 이닝이었고, 11피안타는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경기 내내 비가 흩날린 것도 로페즈가 투구에 방해받은 한 요인이었지만, 그만큼 한화 타자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물고 늘어질 때는 물고 늘어지고 공략할 때는 1~2구에서도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갔다. 특히 득점권에서는 기막힌 집중력을 보였다. 득점권에서 8타수 4안타 1볼넷으로 착실하게 골라냈다. 안타 13개 가운데 9개가 2사 이후 나온 것이었다. 한화 타선이 다시 다이너마이트가 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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