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두산의 판이했던 '마무리 운용'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5.21 21: 14

같은 장소 연장 접전. 한 팀은 마무리에게 1이닝 만을 맡기고 추격조 노릇을 해야 하는 투수의 가능성을 봤다. 반면 다른 한 팀은 임시 마무리에게 경기를 끝까지 맡겼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1일 대구 경기는 단순한 한 경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21일 대구 삼성-두산전. 경기는 12회 연장 접전 끝에 7-7 무승부로 끝이 났다. 그러나 경기 승패 여부가 아닌 투수 운용을 살펴보면 커다란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다.

 
7-7 상황에서 9회초 삼성은 신인 좌완 임현준 대신 세이브 단독 선두(12세이브, 21일 현재) 오승환을 투입했다. 오승환은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주기는 했으나 상대 중심 타자인 김동주와 최준석을 삼진으로 처리하는 등 최고 마무리의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삼성은 무리하지 않았다. 연장 10회초 삼성은 오승환을 내보내기보다 이우선을 투입했다. 올 시즌 이우선은 필승조보다는 뒤지고 있는 상황서 경기 추격조로 편성된 투수. 전날(20일)까지 13경기 평균자책점 2.45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다.
 
류중일 감독 또한 "이우선이 좋은데 활용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라며 아쉬워했을 정도. 그러나 이우선은 연장 막판 3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무득점으로 막아냈다. 이는 계투진의 부하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전략이었다. 삼성은 이날 정현욱을 비축했기 때문.
 
두산은 달랐다. 선발 이혜천을 2이닝 만에 강판하고 당초 선발로 내정되었었던 우완 노경은을 3회에 투입한 두산. 그러나 그동안 불펜에서 몸을 푸는 횟수가 잦은 편이던 노경은은 6회 4실점 빌미를 제공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 뒤는 김성배와 이현승이 뒤따라 나왔고 홍상삼이 8회까지 2이닝 무실점투를 펼쳤다.
 
여기서 김경문 감독은 정재훈 카드를 꺼냈다. 시즌 개막 마무리였던 임태훈이 2군으로 가 있는 데다 고창성의 제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계투 카드가 바로 정재훈이었다. 또다른 계투 김상현은 20일 경기서 1⅔이닝을 던졌다. 두산 입장에서는 배수진을 친 것.
 
정재훈은 4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기록하는 등 볼넷 2개만 내주는 노히트 피칭으로 분전을 펼쳤다. 그러나 22일 경기를 감안하면 분명 위험한 전략이었다. 초보 선발인 이용찬은 이닝이터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반면 배영수를 준비시켜 놓은 삼성은 오승환의 과부하를 막는 동시에 22일 경기서 정현욱이 분발할 환경을 조성했다. 계투 사정은 삼성이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21일 경기만 보면 삼성은 이우선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두산은 정재훈이 살아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반환점도 돌지 않았고 투수의 어깨 근력은 절대 무한하지 않다. 21일 경기서 마무리 투수 운용을 놓고 다른 책략을 보여준 삼성과 두산의 전략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오승환-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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