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21일 잠실 LG전에서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롯데는 4-2로 앞선 9회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 스트라이크 두 개를 남겨 놓고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코리(38)가 윤상균에게 동점 홈런을 맞고 연장 11회 역전패했다.
무엇보다 양승호(51) 감독은 이 순간 떠오르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오늘(22일) LG전에 선발 등판하는 '신예' 고원준(21)이다.
시즌 초 양 감독은 고원준을 마무리로 낙점하고 소방수 보직을 줬다. 고원준은 140km 중반대 직구와 안정적인 제구력을 지녔다. 여기에 '애늙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운드 위에서 담대하다. 양 감독의 말처럼 분명히 마무리 투수로서 재능은 갖고 있다. 실제로 2세이브를 거뒀다.

그러나 롯데가 시즌 초 선발 투수진이 무너지며 마무리 고원준의 역할이 필요 없는 경기가 많았다. 양 감독은 "4월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길 때는 점수를 확 뽑고, 질 때는 또 확 내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양 감독은 지난 4일 삼성전부터 고원준을 선발로 투입했다.
고원준의 선발 재전환은 성공적이다. 고원준은 3경기에 등판해 첫 경기에서 5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 나머지 10일 넥센전 15일 KIA전에서 7이닝 씩을 던져 모두 퀄리티 스타트로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한 고원준은 1승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도 2.08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양 감독의 마음속에는 "고원준은 우리팀 마무리투수다"라는 생각이 여전했다. 양 감독은 21일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코리가 마무리로 나서지만 사실 마무리 투수는 공이 빨라야 한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코리는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견이라도 한 듯 9회 등판한 코리는 140km초반대 밋밋한 직구를 가운데 던지다 동점 홈런을 맞았다. 양 감독으로서는 고원준이 생각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양 감독이 기대하는 고원준의 마무리 변경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양 감독은 "다행히 사도스키가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주면서 선발진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해 장원준, 송승준과 더불어 최근 컨디션을 회복중인 이재곤과 김수완까지 잘 던져준다면 고원준을 다시 마무리로 돌리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시즌 초 롯데는 일방적인 승리 또는 패배의 경기가 많아 마무리 필요성이 적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에서는 경기막판까지 한두 점차 박빙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양승호 감독의 머릿속에는 고원준이 떠 오를 수 밖에 없다. 21일도 그런 밤이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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