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뜻이 아니었다".
지난 21일 군산구장. KIA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던 한화 한대화 감독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시즌 첫 3연승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뜻하지 않은 오해로 곤욕스러워 했다. 바로 '괴물 에이스' 류현진(24) 트레이드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날 오전 한 스포츠전문지에서 '리빌딩하고 있는 한화가 팀 재건을 위해 류현진을 즉시전력 4~5명과 맞바꿀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빗발친 여론 탓이었다.
한 감독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며 "종종 취재진과 농담으로 류현진 트레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어디까지나 그냥 재미로 하는 이야기였다"고 진화했다. 시즌 초반 한화가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에도 종종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결국 실현될 수 없는 일이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한 감독은 "류현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훈련을 앞두고 한 감독은 류현진과 마주쳤다. 한 감독은 류현진에게 "기사를 보았느냐"고 먼저 물었고, 류현진은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감독이 농담으로 "너, 진짜 다른 팀으로 갈래?"라고 농담으로 묻자 류현진은 "아닙니다. 저는 한화가 좋습니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고. 한 감독은 자칫 마음이 상할 수 있었던 류현진을 특유의 농담으로 보듬어줬다. 류현진도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서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사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간판스타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 것도 리빌딩의 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팀을 떠날 거물급 선수라면 미리 내주고 알짜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아직 한국 정서에서 최고 스타를 리빌딩을 위해 트레이드하는 일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류현진은 한화뿐만 아니라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그걸 떠나 한 감독도 "우리팀 에이스"라며 류현진을 트레이드할 생각이 없음을 확실히 했다. 한 감독은 "작년에도 리빌딩을 하지 않고 류현진의 20승이 먼저라는 식으로 기사가 나가는 바람에 힘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팬들의 비난이 많았다. 그동안 조금씩 만회해 가고 있었는데…"라며 "이번에는 댓글이 얼마나 달렸나?"라면서 여론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미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즌 첫 4연승으로 탈꼴찌에 성공한 한 감독은 요즘 한화팬들에게 야구의 왕이라는 의미의 '야왕'으로 불리고 있다.
류현진도 변함없이 류현진답다. 올시즌 9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고 있다. 개막 3연패로 흔들렸지만 곧 최고 에이스의 위용을 회복했다. 투구이닝(64⅓)-탈삼진(64개)-피안타율(0.193) 모두 1위에 랭크돼 있다. 특히 지난 20일 군산 KIA전에서 8이닝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했다. 한 감독은 "아주 완벽한 피칭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감독에게나 한화에게나 류현진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존재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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