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나오는 게 정말 신난다".
한화에 또 하나의 불패 투수가 등장했다. 13년차 좌완 투수 박정진(36)이 그 주인공이다. 박정진은 지난 21일 군산 KIA전에서 7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졌다. 시즌 첫 세이브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2.08로 끌어내렸다.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 3⅓이닝 60구 구원승 이후 3일 만에 또 한 차례의 3이닝 마무리로 투혼을 불살랐다. 이번에는 투구수 33개면 족했다.
그야말로 박정진 전성시대다. 2년 전 시즌 종료 후 정리대상자로 분류됐지만 새로 부임한 한대화 감독은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이만한 파급효과를 낳을 줄 몰랐다. 지난해 팀의 실질적인 수호신으로 56경기에서 2승4패10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3.06으로 늦깎이 꽃을 피운 박정진은 올해도 20경기에서 3승1패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2.08로 전천후 활약이다. 말 그대로 신의 한 수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부터 10경기-17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박정진은 피안타와 볼넷을 7개씩 허용했을 뿐 탈삼진만 무려 24개나 잡았다. 평균자책점 제로에 피안타율 1할2푼7리, 이닝당 출루허용률 0.82, 9이닝당 탈삼진 12.71개로 가공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한화가 이기는 경기에서는 확실하게 투입되고 있다. 한화는 구대성이 은퇴한지 불과 1년 만에 불패 투수를 얻었다. 30대 중반에 잠재력을 폭발시킨 박정진이 주인공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박정진은 "요즘 야구하는 것이 즐겁다. 운동장 나오는게 신난다"며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팀에 필요한 투수가 되고 싶다. 팀이 승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창 던져야 할 때 던지지 못했다. 내로라하는 대선배들에게 가려있었고 자리가 생길 때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 시기를 잘 견뎠고 프로야구 최고의 늦깎이 스타가 됐다. 박정진처럼 늦은 나이에 잠재력을 대폭발시킨 선수는 없었다. 특별 케이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프로 초에는 쟁쟁한 선배들이 많았다. 자리가 없었지만 그때도 좋았다. 그분들이 어떻게 운동을 하는가 보고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어느덧 투수 최고참이 됐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된 것이다. 거의 홀로 불펜진을 책임지고 있지만 박정진은 부담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부담 느끼는 건 없다. 코칭스태프에서 관리를 잘 해주신다. 그보다는 우리 후배들이 기죽거나 자신감 잃지 않았으면 한다. 나 혼자 잘하는 것보다 다 같이 잘하는 것이 더 좋다"며 팀 스피릿을 강조했다.
무엇이 박정진을 바꿔놓은 건 결국 절실함이었다. 박정진은 "한대화 감독님이 오신 게 야구인생에서 큰 전환점이었다. 감독님이 오시고 어린 선수들과 교육리그를 가면서 절실함이라는 것이 생겼다. 한 번이라도 내 공을 한 번 던져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마지막 꿈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다. "프로 첫 해 우승을 했을 때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다. 야구를 관두기 전까지 최고의 무대에 올라 후회없이 한 번 던져보고 싶다". 박정진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 독수리도 비로소 창공을 비상하게 될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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