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맞고 웃은 강동우 "정철이는 착한 후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2 10: 15

사구를 맞은 타자가 환하게 웃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게 쉽지 않지만 실제로 그랬다.
지난 21일 군산구장. 한화의 최고참 강동우(37)가 8회 2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KIA 투수는 곽정철(25). 볼카운트 0-2에서 곽정철의 3구째 142km 공이 강동우의 몸쪽으로 들어왔다. 제구가 되지 않아 강동우의 오른쪽 옆구리를 그대로 강타했다. 사구를 맞은 직후 강동우는 엎드린채 통증을 호소했다. 1루로 나간 뒤에도 얼굴 표정에서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런데 그 순간 강동우가 환하게 웃었다.
곽정철 때문이었다. 강동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준뒤 곽정철은 곧바로 박경태로 교체됐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곽정철은 1루측 불펜에서 강동우에게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사과했다. 강동우는 통증이 밀려오는 아픔 속에서도 후배의 정중한 사과에 웃음을 띄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제서야 곽정철도 자리를 옮겼다.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일 수 있었지만 띠동갑 선후배 선수들은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 후 만난 강동우는 여전히 통증이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곽)정철이는 원래 착하다. 사과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강동우는 지난 2008년 1년간 KIA에 몸담은 바 있다. 그때 곽정철과 한솥밥을 먹으며 선후배로 우애를 쌓았다. 곽정철은 선배에게 깎듯이 대했고 강동우는 그런 곽정철을 착한 후배로 아꼈다. 이날 사구 이후 웃으며 사과를 받은 것도 곽정철의 착한 심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올해 한화의 붙박이 1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강동우는 41경기에서 159타수 42안타 타율 2할6푼4리 6홈런 16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타율은 조금 낮지만 중요할 때 한 방을 쳐주는 영양가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40타수 12안타로 정확히 타율 3할을 마크하고 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센스 넘치는 모습으로 베테랑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강동우가 사구를 맞자 한대화 감독도 득달 같이 그라운드로 나와 그의 상태를 지켜볼 정도였다.
한대화 감독은 "요즘 강동우가 아주 잘하고 있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고 있다. 찬스에서 잘 치는 것도 그런 부분이다. 작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강동우는 "히팅 포인트가 맞으니까 좋은 타격이 되고 있다. 장타도 치려고 치는 게 아니라 포인트가 잘 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의 활약보다 팀의 승리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 "야, 역시 이기니까 너무 좋다". 강동우의 얼굴에서 다시 한 번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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