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요? 아직은. 아직은".
특유의 시크한 말투. 그리고 그는 다시 수비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뛰었다. 어느덧 두산 베어스 중심 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최준석(28)의 최근 분전이 눈물겹다.

올 시즌 3할1푼1리 5홈런 32타점(4위, 23일 현재)을 기록 중인 최준석은 20~22일 대구 삼성 3연전서 13타수 4안타(3할7리) 2홈런 4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1~22일 이틀 연속 홈런포를 때려낸 공훈은 1무 2패 전적 속 빛을 잃었다. 범타 중 대다수는 야수 정면으로 날아간 잘 맞은 직선타였다.
최준석의 활약이 빛을 잃은 것과 동시에 두산은 최근 4연패와 함께 시즌 전적 17승 2무 20패로 6위에 머물러있다. 아무리 못해도 최근 수 년간은 꾸준히 3위 이내에 올라있던 두산답지 않은 순위 위치도다.
사실 최준석의 왼 무릎은 온전치 않다. 지난 6일 잠실 롯데전서 최준석은 2루타를 때려낸 뒤 상대 실책을 틈 타 3루에서 홈까지 달려드는 과정에서 왼 무릎 부상을 입었다. 한동안 선발 라인업에서 결장할 정도로 어려운 컨디션이었음에도 그는 12일 광주 KIA전서부터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2007년 무릎 수술을 받았던 전력인데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순간 삐끗하면 무릎에 부하가 가는 경우도 많은 최준석. 그러나 그는 악조건 속에서도 출장을 강행한다. 왼손 엄지 타박상으로 인해 타격, 송구를 완벽하게 해내기 힘든 이종욱이 투지를 불태웠듯 최준석 또한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대체자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아쉽다. 오른손 거포 유망주 윤석민도 있으나 그의 주 포지션은 1루가 아닌 3루다. 확실히 익숙하지 않은 자리인 만큼 포구 안정도 면에서 최준석보다 낫다고 보기 힘들다. 지난해 가능성을 비췄던 이두환은 오른 종아리 봉와직염으로 인해 아직 2군 경기조차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최준석이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이다.
김경문 감독 또한 "(최)준석이가 있어야 타선 조각을 제대로 맞출 수 있다"라며 믿음을 보여준 바 있다. 선수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감독도 인지하고 있으나 그를 전열에서 잠시 제외할 경우 순위 경쟁 이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시가 급한 만큼 최준석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대박 내면 뭐해요. 좀 있으면 군대 갈 텐데"라며 미간을 찌푸리는 최준석이지만 그는 팀의 목표 달성을 향해 입대 시점을 미뤘다. 모두들 크고 작은 통증을 안고 시즌을 치르며 서로 격려하는 가운데 극심한 통증을 참고 타석과 수비 위치에 들어서는 최준석의 모습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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