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영양사' 정원석, 득점권 사나이로 대변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3 16: 25

"정원석이 많이 좋아졌어".
한화 한대화 감독이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베테랑 내야수 정원석(34)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작년보다 많이 좋아졌다. 특히 찬스에서 타점 생산능력이 돋보인다"고 칭찬했다. 지난해만 해도 3할 타자였지만 찬스에 약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은 정원석이기에 이 같은 변신은 더욱 극적이다. 한 감독은 "찬스에서 위축되는 모습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정원석은 생애첫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며 규정타석 3할 타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중심타순에 배치된 경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42타점으로 20명의 3할 타자 중에서 가장 적었다. 3할 타자 중에서 두 번째로 낮은 득점권 타율(0.278)이 이유였다. 찬스에 약한 모습 때문에 '영양가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히려 득점권의 사나이와 만점 영양사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도 정원석은 일단 3할 타율을 기록 중이다. 136타수 41안타로 타율 3할1리. 역시 한화 팀 내 유일의 3할 타자다. 하지만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득점권 타율이다. 득점권에서 27타수 10안타로 타율이 무려 3할7푼에 달한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 이범호(KIA)와 함께 득점권 타율 공동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8개의 볼넷까지 얻어내는 등 득점권에서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하며 지난해 오명을 모두 씻어내고 있다.
정원석은 지난해 득점권에서 약했다는 평가에 대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주위에서 그런 말들을 워낙 많이 했다. 심리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건 있다. 그래도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하려고 한다. 징크스는 주위 사람들이 만드는 것 같다"고 부정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득점권에서 잘치고 있지 않나"라며 "그러나 기록 같은 건 신경써봤자 좋을 게 없다. 무조건 팀이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팀이 이기면 자연스럽게 빛을 본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잘 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정원석은 볼넷도 23개나 얻어 출루율이 4할1푼4리로 전체 6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거듭된 커트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승부근성도 있다. 그는 "작년보다 타석에서 공에 덤비는 게 많이 줄어들었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투수들을 물고 늘어지는 것에 대해 "두산 시절에는 장원삼과 17구 승부까지 했다. 유일하게 갖고 있는 기록이었는데 작년에 이용규가 깨버렸다"며 껄껄 웃었다. 여러가지로 생산적이 타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군산 KIA전에서 정원석은 2루타를 치고 2루 베이스를 도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삐끗했다. 한동안 쓰러져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인 듯 보였다. 한대화 감독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의 상태를 걱정할 정도였다. 정원석은 "원래 안 좋은 부위라서 베이스를 밟을 때 모서리를 밟지 않고 가운데를 밟고 갔는데 오히려 더 크게 다칠 뻔했다"며 "지금도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팀이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데 이쯤이야 이겨내야 한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대화 감독도 "발목이 돌아간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며 "못하면 조금 아픈 것도 더 아프고, 잘하면 크게 아픈 것도 잘 느껴지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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