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일 올시즌 처음으로 군산구장에서 KIA 홈경기가 열렸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첫째날 8530명, 둘째날 6900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더니 날이 개인 마지막날에는 1만1000석 정원이 만석으로 들어찼다. 오랜만에 프로야구 경기를 보기 위한 군산 시민들의 열기는 기대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그러나 정작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불만이 많았다. 특히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은 "여기는 프로야구 경기가 치러질 수 있는 그라운드가 아니다. 정말 최악이다. 인조잔디가 너무 딱딱해 부상을 당할까봐 걱정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제로 군산구장은 그라운드 곳곳의 인조잔디가 색이 많이 바래있었다. 푸르른 잔디색이 아니라 희뿌연 땅색이 드러날 정도로 닳은 상태였다. 마운드 베이스 주변 흙 상태도 엉망이었다.
군산구장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프로 경기가 치러지지 않았다. 구장 상태가 열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빠지지 않아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자 군산시에서 개보수에 나섰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로 야구바람이 불자 프로 경기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7년부터 총 11억2000만원을 들여 경기장을 개보수했다. 볼품없던 천연잔디를 터프필드 인조잔디로 교체했고, 관중편의시설·라커룸·음향시설·취재실 등을 깔끔하게 새단장했다.

2009년부터 KIA는 군산구장에서 다시 경기를 치렀다. 2009년 6경기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9경기로 늘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라운드 상태는 나날이 악화돼 갔다. 3연전 내내 KIA와 한화 선수들은 수비시 급속도로 튀어오르는 타구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인조잔디가 헐거워질 대로 헐거워져 완충 역할을 하지 못했고, 펜스마저 딱딱해 쉽게 함부로 몸을 던질 수 없었다. 부상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려웠다. 모 선수는 "마산구장과 군산구장은 피하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군산구장은 쉴새 없이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대학·고교 아마야구뿐만 아니라 사회인 야구도 숱하게 경기를 치르는 곳이다. 하나의 장소를 두고 여러 경기를 치르다 보니 그라운드를 관리할 시간이 없다. 여기에 그라운드 관리를 휘한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그라운드를 말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는 것이다. 시에서 구장 관리 인원을 늘리고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그렇지 않다면 몸이 재산인 프로팀에서 굳이 제2의 홈구장까지 올 필요가 없다.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KIA 구단 관계자는 "군산시에서 경기 유치를 위해 늘 협조적으로 임했다. 야구 열기가 뜨거운 곳이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역전의 명수로 유명한 군산의 야구열기를 더욱 뜨겁게 할 최고의 상품은 최고의 경기력이다. 선수들이 마음놓고 플레이할 환경을 만들어야 최상의 고급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그라운드 관리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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