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차분한 노래도 1위 할 수 있을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05.23 11: 22

"'나가수'는 결국 퍼포먼스 쇼가 될 것이다."
 
지난 3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첫 녹화가 끝난 후 현장에 있었던 한 가요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시 이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가 전쟁 같다. 각오는 했지만 정작 녹화장에 오니 탈락해선 안되겠다는 마음이 점차 간절해진다. 계속해서 방청객의 취향을 연구하고, 어떤 스타일이 잘 '먹힐'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언젠가 '나는 가수다'는 퍼포먼스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방송 두달째에 접어드는 최근 '나는 가수다'는 이 관계자가 우려한 게 무엇인지 드러내기 시작했다.
 
출연자들이 차분한 노래를 하면 방청객의 호응을 얻지 못할까봐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2일 방송에서 이소라는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원곡에 가깝게, 차분하게 소화했다. 박정현은 이 무대에 호평을 쏟아내면서 "다만, 차분한 노래가 인정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자신 역시 이날 대중적이지 않은 곡인 부활의 '소나기'를 대중에게 생소한 유럽 스타일로 편곡,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나 7위에 머물렀다. "귀가 지치는 것 같아 담백하게 불렀다"고 말한 이소라는 6위. 지난 경연에서 1~2위를 차지한 박정현과 이소라가 차분하게 변하자마자 곧바로 하위권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역시 '한 방'이 없으면 상위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관객의 '취향'은 김연우의 변신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김연우는 당초 자신만의 담백한 고음 처리로 무대에 섰으나 6위라는 하위권 성적을 받고 말았다. 그는 두번째 미션곡인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을 부르면서, 보다 더 드라마틱한 고음과 화려한 기교를 추가했다. 김연우가 "무대에서 끼를 부리겠다"고 선언했을 정도. 실제로 그의 성적은 4위로 상승했다.
 
BMK도 '한 방'으로 역전극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는 첫 경연에서 재즈풍의 공연을 선보인 후 7위를 기록, '내가 가진 음악적 기준과 관객의 맞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우회적으로 털어놨다. 그는 두번째 미션에서 스펙터클을 선택했고, '아름다운 강산'을 그 누구보다 파워풀하게 소화해 2위로 올라섰다.
 
음악적 완성도를 구성하는 요소는 실로 다양하지만, 우선 관객의 귀에 쉽게 들리는 우렁찬 '한 방'이 순위에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음악프로그램으로서는 절대 지양해야 할 모습인 동시에,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가요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가수 신승훈은 "그동안 사람들이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통해 감동을 느껴왔는데, 이제 음악을 통해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너무나 고무적이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가수다'가 음악프로그램인지, 예능프로그램인지,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가수도 "'나는 가수다'가 가진 수많은 장점은 존중하지만, 그 훌륭한 가수를 모아놓고, 누가 더 높이, 우렁차게 올라가나 시합을 하는 것 같아 불편할 때도 있긴 하다"고 털어놨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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