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행복한 세상 꿈꿔요
2년전 장애인 돕는 봉사로 시작
창업 인큐베이팅 거쳐 사회적 기업

바리스타 수료 뒤 정식 직원 채용
[이브닝신문/OSEN=장인섭 기자]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청년실업문제가 사회적 빅이슈로 떠오르고있는 가운데 남들이 가지않는 길을 찾아 ‘느리지만, 더디지만’ 황소걸음처럼 큰 보폭으로 내일의 꿈과 희망을 찾아 열정을 불사르는 젊은이들이 있다. 시민참여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희망별동대’를 통해 사회적 기업으로 탄생한 착한 카페 ‘행복한 카페’를 찾았다.
안산시 고잔동의 한 외진 길목에 ‘행복한 카페’(www.happihan.com)라는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희망제작소가 추진하고 있는 ‘희망별동대’ 프로젝트에 선정돼 6개월간의 창업 인큐베이팅을 거쳐 탄생한 어엿한 사회적 기업이다.
행복한 카페는 몇 해 전 장애인 문제에 같은 고민을 가지고있던 6명의 청년들 가슴 속에서 태동했다.
당시 안산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진은아 행복한 카페 대표는 성인이 되어서도 취업을 못한 채 방치되다시피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장애인 친구들을 보면서 ‘이들이 행복해할 만한 직업을 만들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2년 전부터는 작은 실천이었지만 뜻이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인근 전문치료사들의 자원봉사로 매주 토요일 장애인 친구들이 참여하는 치유프로그램 ‘친구야놀자’를 시작했다.
이들의 진정성과 열정을 지켜본 희망제작소는 희망별동대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 친구들의 행복한 일자리 만들기를 주제로 사업모델을 구체화하는데 힘을 보탰다.
6개월간의 촘촘한 일정에 따라 인큐베이팅 된 친구야놀자 프로젝트는 장애인 친구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일자리 행복한 카페로 구체화되며 여러 사회적 기업 및 후원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올 3월28일 작지만 의미있는 일터를 마련했다.
행복한 카페는 커피만 판매하는 일반 카페가 아니다. 관내 장애인 친구들을 위탁받아 바리스타전문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이용석군(19·성안고 3년·지체장애 2급)도 경기도 교육청 지원사업으로 행복한 카페가 진행한 3주짜리 ‘행복한 바리스타 학교’를 수료한 뒤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장애인 친구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진씨는 “장애인 친구들의 장점을 개발해 다양한 직무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지적장애 친구들을 위한 ‘행복한 베이커리’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기업으로 영역을 넓혀 갈 예정”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오픈 두 달째를 바라보는 행복한 카페는 인건비 포함 고정경비를 제하고 일정부분 손익을 맞추면서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커피를 포함한 음료 한잔 가격은 2000원 안팎, 공정무역을 통한 고급 원두를 사용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정책을 펴고 있다. 시중가 보다 절반 값으로 재료를 공급해주는 예비적 사회기업 ‘카페 티므로’의 후원과 각계의 후원이 운영에 큰 힘이 되고있다.
15평 남짓한 허름한 카페는 되살림 물품(재활용)으로 손수 마감해 다소 투박하고 아마추어 냄새가 묻어나는 조그만 공간이다. 그러나 내일을 준비하며 넘치는 열정과 따뜻함으로 진정 모두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취업난으로 질식해 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또다른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티없는 그들 매력
내 상처 치유했죠
-‘행복한 카페’ 대표 진은아씨 인터뷰
“장애인 친구들이 일하는 행복한 카페와 학교를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청년들의 한 때 호기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행복한 카페의 안주인 진은아(26·순천향대학원 특수교육 석사)씨가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행복하지 않았던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기복이 심했던 가정문제로 ‘가시돋힌’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진씨는 중학생 때부터 장애인캠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가식적이지 않고 티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자신의 아픔이 치유되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된다.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진지한 고민은 철저한 준비와 주변의 도움으로 행복한 카페라는 형태로 구체화 됐다.
“누구나 행복한 일터에서의 직장생활을 꿈꾸잖아요? 장애인 친구들도 마찬가지 랍니다.”
정부나 기관이 추진하는 장애인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장애인 취업형태가 보호작업에 속하는 단순 반복업무에 치우쳐있고 취업보장도 한시적인 지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카페는 더디지만, 느리지만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가는 사회적 기업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카페는 최근 전문 직업재활사 이경순씨(26)를 새로운 멤버로 보강했다. 구체적인 직업평가와 직무지도의 전문성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다.
시작은 초라하다. 장애인 친구가 포함된 4명의 단촐한 직원으로 출발한 행복한 카페지만 그의 마음 속엔 원대하고 행복한 꿈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그는 “대형화 된 카페들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과 따뜻함이 전해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올해안에 행복한 카페 2, 3호점을 내는 것과 행복한 바리스타 아카데미를 개설해 장애인 친구들과 더 많은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꿈”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ischang@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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