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야구 흥행 저해하는 암표상을 막아라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24 07: 07

"요즘 야구표 구하기 왜 이렇게 힘들어요? 저는 인터넷 예매를 포기했어요. 그냥 암표 사서 야구 봅니다".
2011시즌 프로야구 열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21일 156경기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말 그대로 흥행 대박입니다. 특히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전은 이슬비가 내린 가운데서도 2만 7000석 매진이 됐습니다.
그런데 많은 야구 팬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암표상들 때문에 야구표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장권은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다 팔렸다고 하는데 경기가 시작됐지만 텅빈 좌석이 많습니다. 한쪽에서는 암표를 사지 않으면 야구를 볼 수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더라고요.

21일과 22일 잠실에서는 LG와 롯데의 맞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이들의 맞대결은 최고 흥행 카드로 잠실에서 열린 5차례 맞대결 중에서 4번이나 매진이 됐습니다. 그 만큼 표 구하기가 힘들죠.
21일과 22일 경기 시작 3시간 전, 그리고 한 시간 전 입장권 판매 근처를 돌아다녀봤습니다. 이미 표는 다 매진이 됐다고 하는데 수많은 암표상들의 손에는 야구표가 넘쳤습니다.
"표 있어요? 얼마에요?"라고 물었더니 "외야는 2만원, 블루석은 5만원줘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외야 입장권 정가는 8000원, 블루석은 1만 5000원인데요. 외야석은 250%, 블루석은 300%가 넘게 이윤을 붙이셨더군요.
무엇보다 올 시즌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두산과 LG는 인터넷으로 표 예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LG의 경우 인터넷 예매 시스템이 개인당 9매씩 세 차례 총 27장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가 지난 10일 한화전 예매 때부터 6매 2회 총 12장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암표에 대한 항의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LG 관계자는 "암표 관련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나름대로 조치를 취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말이 많다"면서 "실제로 롯데, KIA전 때는 암표상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습니다.
구단의 경우 암표상 단속을 직접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송파경찰서 '생활 질서계'에 암표 단속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21일과 22일 모두 송파경찰서에서는 단속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22일 경기 전 송파경찰서 다른 부서 경찰관을 만났는데요. 그는 "암표가 문제인 것은 안다. 올해 10번 정도 단속을 나온 것으로 안다. 지난 6∼8일 잠실 두산-롯데 3연전에서는 암표상 15명을 현장에서 잡아 즉결 심판에 넘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속을 나온다고 할 지라도 인원도 한정되어 있고, 암표 단속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보통 암표 단속에 나오는 경찰수는 4∼5명 정도, 많게는 10명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현장에 있는 암표상은 100여명이 넘습니다. 암표상들은 그 큰 야구장을 뺑 둘러 넓게 퍼져있습니다.
현장에서 청원 경찰 두 명을 만났는데요. 청원 경찰은 단속 권한이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안 암표상들은 이들 앞에서 대놓고 표를 팔고 있었습니다. 한 청원 경찰은 "암표상이 내 눈앞에서 표를 판다. 단속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런다.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단속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할 수 없다. 그냥 주의만 주는 정도"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암표를 구입한 팬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21일부터 트위터를 통해 야구팬들의 암표 구입 경험담을 들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몇몇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트위터 아이디 'SOY8603'님은 "저는 항상 암표를 구입합니다. 내일 경기 역시 암표로…. 티켓 구하기 너무 힘들어요. 인터넷으로 하는 티켓팅 시간도 애매하고 들어가보면 이미 매진입니다. 돈이 아깝긴 하지만 티켓 구해서 기쁩니다. 암표 없어져라!"라고 말했습니다.
'로켓보이'님은 "제가 약속이 있어서 경기 4시간전에 기다리고 있는데 암표상들 단체로 모여서 회의를 하더라고요.  서로 표 공유하고 흰색봉투에서 표를 꺼내는데 봉투 글씨가 다 같아요. 거의 기업적인 형태로 하더라고요. 그리고 웃긴 건 레드표를 경기 시작 한 시간전에 5만원이하로 팔지 마라 그러더군요. 어떤 분이 표 모자른 다니 전화하니 표를 가져오고요. 한 명당 수십 장은 족히 되어 보이고 매표소 오픈 몇 시간 전부터 줄 서있는 분들에게 표 사라고 하더군요 다들 50대넘은 분들인데 표를 어디서 구했는지 참 궁금합니다"라고 적어주셨습니다.
'정윤주'님은 "LG-롯데전 잠실구장경기 보러 가서 암표 샀는데 표 구매시에 LG 자리 맞냐고 세네 번은 묻고 확답을 들었는데 입장하고 보니 롯데 자리더군요. 빨간 응원봉은 꺼내 보지도 못하고 기죽은 채 관람하고 왔습니다"라며 암표를 산 것도 기분이 안 좋은데 좌석까지 속았다는 불평을 했습니다.
'summerrain815'님은 LG-두산전, LG-롯데전에서 블루석 2장을 무려 12만원에 샀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라도 봐야 하는 건가 잠시 망설이다 구입했어요. 근데 경기 졌을 때 아, 한숨만…"이라면서 "그래도 보고 싶은 건 봐야 한다는…"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루석 원가가 1만 5000원이니까 정가보다 9만원을 더 내고 입장한 거죠.
이에 대해서 '럭린이'라는 팬은 "결국 구단의 의지 문제인 듯 싶습니다. 암표 거래 시에 생기는 문제는 전부 구매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구단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어요. 정작 구단차원에서 단속은 쉬쉬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암표는 필요악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정된 재화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독과점을 공공연히 방치하고 있는 현실에 화만 날뿐입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처럼 시즌권을 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8개 구단 모두 시즌권을 판매를 하는데요. 아직까지는 가격이 높다는 점, 그리고 야구가 인기스포츠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라 잡아가는 단계라는 점 때문에 팬들이 시즌권 구매에는 아직까지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briankim81'님은 12게임권을 산다고 합니다. 12게임권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하고요. 구입 후 부여 받은 번호를 입력해 관전하고픈 경기를 미리 예매해 현장에서 표를 지급받는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현재 6매 2회 총 12장을 구입할 수 있게 한 제도를 수정해서 4장으로 낮추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두 명이서 8장까지 구입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구단측은 "인터넷 예매 숫자를 제한할 경우 단체관람에 대해서 불편이 접수된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공인인증제를 시행하자는 말도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현재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암표 판매에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에서는요. 2주 전부터 한 사람당 4장까지만 인터넷으로 예매가 가능합니다. 물론 인터넷 옥션을 통해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지만 인기가 많으면 비싸고, 인기가 없을 경우 원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표는 편의점에서 100∼200엔의 수수료를 내고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과거에 응원단에게 주어진 표가 대규모로 야쿠자에게 들어가 암표로 판매된 것이 들통나면서 이후에게 무료 입장권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23일 오후 네이버 스포츠에서 진행하는 '임용수의 라디오볼' 진행자 임용수 캐스터 역시 "지난 겨울 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때 암표상들이 초대권을 가지고 판매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는데요. 아마도 초청권이 대규모로 암표상에게 넘어갔다는 점은 프로스포츠단에서는 한번쯤 무슨 문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000년 초반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메츠에서는 입장권 판매 직원 두 명이 경찰에 체포된 일도 있다고 합니다. 입장권 담당자가 암표상들과 짜고 대규모로 표를 빼돌렸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 구단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야구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10여년 전 있었던 일인 만큼 야구 붐이 불고 있는 한국에서도 한번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LG 관계자와 송파 경찰서 관계자는 이번 주에 한번 만나서 암표 단속에 대해 회의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한 네티즌께서 트위터 멘션으로 제게 "암표상 퇴치는 불가능일까요. 이게 중국이랑 다를 바가 뭔지…"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셨는데요.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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