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과 야왕이 만난다.
24~26일 대전구장에서 한화와 SK가 3연전을 벌인다. 최하위에서 벗어난 한화는 최근 10경기에서 6승4패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1위 SK는 최근 10경기에서 5승5패로 시즌 초보다 페이스가 한풀 꺾인 상태. 그런 가운데 두 팀이 한밭벌에서 만났다. 올해 상대전적은 SK가 한화에 6전 전승.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SK가 다시 한 번 한화를 제물 삼아 분위기를 반전시킬지 아니면 한화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갈지 뜨거운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양 팀을 이끄는 사령탑들의 지략 대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야신과 야왕

SK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익히 알려진대로 '야신'이다. 2002년 한국시리즈 당시 LG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은 삼성과 명승부를 벌인 끝에 준우승했다. 전력 열세를 딛고 6차전까지 삼성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적장이었던 김응룡 감독은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말하며 김성근 감독을 추켜 세웠다. 그때부터 김 감독에게는 '야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신출귀몰한 용병술과 지략으로 SK 사령탑 부임 뒤 한국시리즈 우승 3회를 달성하며 야신이라는 별명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요즘 야구의 왕이라는 의미를 지닌 '야왕'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렇다 할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팀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성적까지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나도 아들한테서 별명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거 혹시 비꼬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최근 3연속 위닝시리즈를 가져가고 있는 한화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이며 기대이상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한 감독의 지도하에 선수들이 무기력한 모습에서 탈피했다.
▲ 악연
김 감독과 한 감독은 과거 OB와 쌍방울 시절 스승과 제자로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나 인연이 아니었다. 프로 데뷔 초 간염을 앓고 있었던 한 감독은 김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결국 1986년 해태 이적 후 김응룡 감독 밑에서 최고 해결사로 꽃을 피웠다. 반면 김 감독이 한 감독을 보내며 데려온 선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그 중 한 명은 이적 1년 만에 은퇴했다. 지금 롯데 지휘봉을 잡고 있는 양승호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결과적으로는 야신의 판단이 빗나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연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 감독이 LG를 거쳐 1997년 선수생활을 마감한 곳이 쌍방울. 공교롭게 당시 쌍방울 사령탑이 김 감독이었다. 그러나 시작처럼 끝도 안 좋았다. 한 감독은 1년도 되지 않아 은퇴식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대선수였던 그에게 쌍방울은 은퇴식을 준비했으나 김 감독이 거부했다. 시즌 초반 3루수로 뛰어달라는 김 감독의 요구를 순발력이 떨어져 자신할 수 없었던 한 감독이 완곡히 거절했던 것이 발단이었다. 지난해 이영우의 은퇴식 이후 한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은퇴식도 없었다"며 한을 나타냈다. 사석에서는 "악연이었다"고 인정했다.
▲ 자존심 대결
지난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한 감독의 개막 상대가 SK전이었다. 그러나 8위와 1위의 전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개막 연전에서 연패했고, 19차례 맞대결에서 7승11패1무로 밀렸다. 최하위와 1위의 대결치고는 비교적 선전했지만 전력차를 실감했다. 올해도 전력차는 여전하다. 하지만 시즌 초 김 감독이 "한화 김용호와 나성용은 우리팀에 오면 주전"이라며 선수층이 얇은 한화를 이끄는 한 감독을 자극했다. 한 감독은 "그럼 김용호와 나성용을 줄테니 박정권과 정상호를 달라고 해달라. 박정권이 안 되면 임훈도 좋다"며 맞불을 놓았다. 지난해에도 김 감독은 없는 살림의 한화 주력타자와 주력투수를 차례로 트레이드해줄 것을 요구해 한 감독의 속을 긁어 놓은 바 있다.
실제로 올해 SK는 한화를 상대로 6전 전승이라는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4월12~14일 문학 3연전과 5월3~5일 대전 3연전을 모두 싹쓸이했다. 1위와 8위의 전력차를 그대로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화는 5월초 SK에게 3연패한 이후 15경기에서 9승6패를 기록 중이다. 특히 SK전 3연패 후 1·2군 코칭스태프 보직변경과 경영진 전격교체가 이뤄졌다. 반면 SK는 이후 12경기에서 6승6패로 반타작에 그치고 있다. 한화는 기세를 이어가 중위권 진출을 노려야 하고, SK도 1위 굳히기를 위해서라면 한화를 제물삼아야 한다. 야구는 흐름 싸움이고 흐름을 움직이는 곳은 결국 벤치다. 야신과 야왕의 자존심을 건 한밭벌 대혈투가 곧 개봉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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