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과 야왕, 한밭을 달군 불꽃 튀는 '지략 대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4 21: 42

24일 대전구장. 경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은 '야왕'이라는 새로운 별명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평소 특유의 유머로 취재진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한 감독이지만 야왕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쩔줄 몰라했다. "자꾸 야왕, 야왕이라고 하는데 놀리는 것 같아 쑥스럽다"는 것이 한 감독의 말이었다.
한 감독의 별명을 '야신' SK 김성근 감독도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한대화 감독이 야왕이라면서?"라며 "양준혁도 양신 아닌가. 내 친척들이 점점 많아지네"라며 웃어보였다. 어쨌든 이날부터 시작될 한화와 SK의 3연전은 야신과 야왕의 지략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기대대로 3연전 첫 머리부터 치열한 지략 대결이 벌어졌다.
선공은 '야왕' 한대화 감독이 시작했다. 6회 1사 1루에서 잘 던지던 선발 장민제를 강판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마일영과 훌리오 데폴라가 차례로 나와 실점없이 6회를 넘겼다. 특히 6회 2사 2루에서 최정의 아주 잘맞은 라이너성 타구를 3루수 한상훈이 멋지게 캐치했다. 6회 수비시작과 함께 3루수 이여상을 빼고 그 자리에 한상훈을 넣고 2루에 오선진으로 교체한 것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7회 2사 후 데폴라가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한 감독이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 '필승카드' 박정진 투입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박정진은 첫 타자 정근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야신' 김성근 감독은 기다렸다는듯, 좌투수 박정진을 상대할 우타자 안치용을 대타로 기용했다. 안치용은 박정진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한 감독은 크게 탄식했고, 김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1점차 리드를 잡은 7회부터 선발 게리 글로버를 내리고 '필승카드'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기대대로 정우람은 7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러나 8회 의외의 일격을 맞았다. 선두타자 오선진이 정우람의 초구를 공략,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린 것이다. 6회 수비교체와 오선진의 기용이 공격에서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계속된 1사 3루에서 타격직전 한 감독의 주문을 받은 한상훈은 좌측으로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곧바로 정우람 대신 전병두를 넣었다. 전병두가 장성호에게 볼넷을 주며 1·2루 위기에 내몰리자, 다시 한번 최진행 타석에서부터 정대현을 기용했다. 정대현이 최진행을 3루 땅볼, 정원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투수교체가 성공했다.
하지만 백미는 9회였다. 선두타자 이양기가 3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로 출루한 게 시작이었다. 여기서 한 감독은 대주자 전현태를 기용했고, 이대수 타석 때 초구부터 도루 사인이 났다. 전현태가 2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무사 2루. 이대수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됐다. SK 마운드를 완벽하게 압박했다.
 
이희근이 볼넷을 얻어 계속된 1·3루 찬스. 그러나 오선진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김 감독은 좌타자 강동우 타석이 되자 언더핸드 정대현을 빼고 좌완 이승호(20번)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강동우가 이승호로부터 좌측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종결지었다. 야왕이 야신을 상대로 지긋지긋한 올 시즌 6전 전패 사슬을 끊어낸 것이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야신과 야왕의 뜨거운 지략 싸움이 한밭벌을 뜨겁게 달군 한판이었다. 오랜만에 야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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