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위한 희생이 될 수도 있고 선수에게는 걱정스러운 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이)택근이에게 고맙다".
복잡해진 현대 야구 시스템에서 전문성이 바탕된 연결력을 중시하는 감독의 이야기였다. 박종훈 LG 트윈스 감독이 무조건적인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화에 대해서는 지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4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경기를 앞둔 1루측 LG 덕아웃. 박 감독은 최근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윤마린' 윤상균(29)에 대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SK에서 잘 데려왔다"라는 미소와 함께.
윤상균은 올 시즌 16경기 3할7푼5리(24타수 9안타) 4홈런 12타점으로 지명타자 및 대타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7월 박현준, 김선규 두 명의 사이드암과 함께 LG로 이적한 윤상균은 두 동료와 함께 LG에 힘을 보태는 실력파로 자리잡고 있다. '9회말 2아웃' 같은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극적인 결정타가 나온다는 것이 더욱 인상적.
그의 등록 포지션은 포수. 그러나 박 감독은 "아직 포수로서 경험은 부족한 편이다. 경기운영능력에서도 아쉬운 면이 있다"라며 마스크를 쓰는 윤상균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상균의 1루 전향 등에 대한 생각은 없는지에 대해 묻자 박 감독은 진지한 답변을 이어갔다.
"현대 야구는 굉장히 복잡해지고 수비 연결도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예전에는 야수의 수비력이 떨어지면 1루 먼저 시켜보고 안되면 외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다르다".
실제로 지금은 1루가 '제2의 포수'로 평가받을 정도. 도루나 주루 플레이 혹은 번트와 밀어치기 등 작전 야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1루수는 견제 혹은 번트 플레이 대처에 중추적인 노릇을 해야한다. 다른 내야수들이 던지는 송구를 안정적으로 잡아내야 한다는 의무감은 당연하다.
"선수 개개인의 포지션 전문성이 떨어질 수록 실책에 의한 어려운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팀을 위한 희생이 될 수도 있고 선수 본인이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펼쳐가는 데 있어 걱정하는 부분도 커진다. 그 점에서 이택근이 1루수로 뛰어준다는 점은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해 구축된 외야 빅5 구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1루수로 전향한 이택근의 활약을 높게 평가하는 박 감독의 마음도 전해졌다.
뒤이어 박 감독은 전력의 상향 평준화도 무조건적인 멀티 플레이어화를 지양하는 한 부분이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단순한 수비 실수가 역전 및 쐐기점을 내주는 빌미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외야 수비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팀의 전력이 탄탄해졌고 타자들의 공격력도 더불어 좋아졌다. 그래서 자그마한 외야 수비 실수가 나오면 최소한 스코어링 포지션을 내주게 된다. '여기가 안되면 1루, 1루도 안되면 외야'라는 사고방식을 현대 야구에서 고수할 수 없는 이유다".
확실한 수비 기본기가 갖춰진 멀티 플레이어 내야수가 아니라면 단순히 팀 사정에 끼워 맞추는 무조건적인 멀티 포지션화를 꺼리는 감독의 뜻이었다. 박 감독의 짧은 이야기 속에는 그의 야구 철학이 함께 숨어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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