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읽다 세상과 통하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5.25 19: 28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264쪽|동아일보사
드러커의 경영학, 야구와 접목

고교 꼴찌팀 조직혁신 드라마
리더십·매니지먼트 본질 탐구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성과란 야구의 타율 같은 것이다. 약점이 없을 수 없다. 약점만 지적당하면 사람들은 의욕도 잃고 사기도 떨어진다. 뛰어난 사람일수록 실수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도쿄 호도쿠보 고등학교(호도고)의 야구부가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방침을 선회한 데는 가와시마 미나미가 끌어들인 이 명제의 도움이 컸다. 수비진엔 대담한 ‘전진 수비’가 요구됐고 투수진에겐 ‘노볼 작전’이 떨어졌다. 과연 이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호도고에 다니는 미나미는 아픈 친구를 대신해 야구부의 매니저를 맡게 된다. 호도고 야구부는 20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 본 적이 없는 만년 하위팀. 여고 2년생 미나미는 얼떨결에 꼴찌 야구부의 존재를 증명해야 할 매니저가 됐다.
매니저의 할 일에 대해 고민하던 미나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매니저나 매니지먼트란 말의 뜻을 알아본 거였다. 서점으로 달려간 그는 점원이 건네주는 매니지먼트에 관한 책을 받아든다. 제목 자체가 ‘매니지먼트’였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힌 매니지먼트에 관한 책이란 설명도 들었다. 그렇게 피터 드러커의 ‘그 책’은 미나미의 손으로 옮겨갔다.
서점 점원이 맞았다. ‘매니지먼트’는 20세기 최고의 지성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가 1973년에 저술한 조직경영에 관한 책이다. 고객 창조와 이노베이션, 리더의 자질을 줄기차게 역설해 여기서부터 경영학이 시작됐다고 보는 이들도 적잖다. 그런데 야구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기업경영을 다룬 이 책이 어떻게 야구부에 접목될 수 있을 것인가.
청춘소설과 경영서를 과감히 접목했다. 야구 성장기를 바탕에 깔고 경영학 거장과 여고생 매니저란 이색조합을 이뤄 제목부터 독특한 자기계발서로 꾸려냈다. 드러커의 역작은 소설 속 주인공의 눈으로 재구성됐다.
‘매니지먼트’에서 미나미를 처음 움직인 것은 매니저의 자질 부분이었다. “매니저의 업무능력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익힐 수 있다. 그러나 배울 수 없는 자질이 딱 하나 있다. 진지함이다.” 책이 일러준 대로 매니저의 자세를 다잡은 미나미는 이후 차례로 기업경영 지침들을 야구부에 적용해나가기 시작한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다이아몬드나 밍크코트다. 우리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운송수단이 아닌 사회적 지위다.” 파산 직전까지 몰린 캐딜락을 구해낸 경영자가 한 이 말은 야구부에 대한 성격을 다듬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다. 야구부는 ‘관중에게 감동을 주는 조직’이어야 했던 것이다. 지식과 능력을 이용해 전체를 위한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전문가’는 야구부의 감독과 역할이 다르지 않았고, 부원들이 연습을 빼먹거나 보이콧 하는 것은 기업 마케팅을 바꾸라 요구하는 ‘소비자 운동’과 일치했다. ‘더 새롭게 더 다르게’를 추구하는 이노베이션 전략도 끌어들였다. 이를 위해 기존 고교야구는 모두 진부한 것으로 가정하는 일부터 착수해야 했다.
그렇다면 조직혁신으로 무장한 호도고 야구부는 ‘꼴찌 탈출’이란 극적인 변화를 맞을 것인가. 한 가지는 명확하다. 고객이 보고 싶어 하는 야구를 하겠다는 그들의 목표가 실현되리라는 것이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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