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는 선발투수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뒤에 나오는 투수들이 실질적인 선발이라 불릴 정도로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SK는 선발(165⅔)보다 구원(175⅓) 투수들의 투구이닝이 더 많다. 김광현과 송은범처럼 믿었던 토종투수들이 부진과 부상으로 선발진에서 빠졌다.
신입 외국인 투수 짐매그레인(33)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만리그 MVP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8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4.15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선발등판 평균 투구이닝이 3.8이닝밖에 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고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교체되기 일쑤였다.
이날 한화 타선도 쉽지 않아 보였다. 최근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화 타선은 만만히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1회 연속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가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2회에도 안타와 볼넷을 1개씩 허용하며 득점권 위기를 맞았지만 오선진을 투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2회까지 투구수가 41개일 정도로 힘을 많이 썼다.

하지만 3회부터 갑자기 안정감을 보였다. 탈삼진 2개 포함 3회를 11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4회에도 탈삼진 1개와 땅볼 2개로 공 9개만 던졌다. 과감한 몸쪽 승부와 슬라이더가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5회에도 2사 후 오선진에게 볼넷 하나를 내줬을 뿐 강동우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제구가 안정되고, 위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6회가 고비였다. 1사 후 장성호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고, 추승우에게 볼넷을 주며 맞이한 1사 1·2루에서 정원석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무실점이 깨졌고, 곧바로 고효준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5⅓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1실점. 총 투구수는 98개였고,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에 불과했다. 직구(24개)보다 슬라이더(45개)·체인지업(18개)·커브(11개) 등 변화구 비율을 많이 가져갔다. 한화를 상대로만 2승(2패)을 모두 거둔 매그레인은 평균자책점도 4점대(4.15)에서 3점대(3.79)로 끌어내렸다.
비록 경기 초반 흔들리고 힘으로 압도하는 맛은 없었지만 선발로서 쉽게 무너지지 않고 꾸역꾸역 버텨내는 능력을 보였다. 게리 글로버 외에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는 SK에서 매그레인이 선발로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자연스럽게 매그레인의 한국 잔류 가능성도 높아졌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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