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왼손을 아껴라" 김성근 감독 조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6 08: 08

"허허, 내 말을 잘못 들었는지 말야".
지난 25일 대전구장. SK 김성근 감독과 한화 에이스 류현진이 중계 카메라 화면에 포착됐다. 김 감독이 류현진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김 감독도 웃고 있었고 류현진도 웃고 있었다. 김 감독은 "류현진과 두 번째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과연 어떠한 이야기를 한 것일까.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이 SK 덕아웃을 서성거렸다. 그때 김 감독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김 감독은 류현진에게 "내일 나오냐"고 물었고, 류현진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농담으로 "너, 내일 나오지 마"라고 한마디했다. 그러자 류현진이 황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김 감독은 "가만히 보니 류현진이가 정근우를 보러 가고 있었다. 정근우가 그냥 오라고 하는데도 류현진이가 내가 말한 뒤 그냥 돌아가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김 감독은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갑자기 도망가더라. 왜 그럴까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말을 잘못 들은 것 같았다"고 껄껄 웃어보였다. 김 감독이 농담으로 한 말을 류현진이 "(덕아웃에) 오지 말라"고 잘못 듣고 자리를 피했다는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내일 나오지 마라고 말한 걸 오지 말라고 들었던 것 같다. 왜 그냥 갔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같다. 코치들도 가끔 내 이야기를 잘못 듣는다"고 추측했다.
김 감독은 "류현진이와 처음 만난 건 2005년이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류현진의 인천 동산고 시절로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김 감독은 "태평양에서 포수를 보던 최영환이 동산고 감독으로 있는데 한 번 봐달라고 해서 갔다. 그러나 재활 중이어서 많이 가르치지는 못했다"며 "그때 이후 오늘이 두 번째로 대화한 것이다"고 말했다. 상대팀 선수이고 딱히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날 우연찮게 대화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류현진에게 꼭 전해달라"며 한 가지 조언을 했다. "절대 왼손을 아껴라"는 것이었다. 무슨 뜻이었을까. "류현진이는 가끔 보면 오른손으로도 던진다. 그냥 던지는 게 아니라 제구도 잘 된다. 글러브를 왼손에 끼고 수비도 하더라. 그만큼 야구 재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말라고 전해달라. 잘못하다 다칠 수 있다.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있어도 공 충격 때문에 손을 다칠 수 있다. 투수는 자신의 손을 아껴야 한다. 잘못하다 다치면 누가 보상하나". 농담으로 시작해 진심 어린 조언이 이어졌다.
승패를 떠나 김 감독은 야구계의 소중한 보물이 혹여라도 다칠까봐 우려했다. 농담으로 한 이야기는 어느덧 진지해져 있었다. 프로야구 감독이 아니라 야구계 원로로서 진정성이 묻어나는 대목. 다음날 상대해야 할 선발투수였지만 김 감독에게도 류현진은 절대 다쳐서는 안 될 대한민국 에이스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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