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박현준·김선규·윤상균 좋은 인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26 13: 13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LG에서라도 잘해서 다행이야".
SK는 올해도 부동의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올해는 쉽지 않은 행보가 예상되고 있다. 2위 LG가 3경기차로 꾸준하게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LG에서 돋보이는 선수들이 바로 '이적 3인방' 박현준(25) 김선규(25) 윤상균(29)이다. 지난해 7월28일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LG로 이적한 이들은 올해 LG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거듭났다. 전 소속팀 SK를 향해 비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SK 김성근 감독의 심정은 어떠할까. 승패를 떠나 김 감독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LG에서라도 잘해서 다행"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이들이 놀랍도록 성장한 모습에 김 감독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승패를 떠나 제자로서 진심 어린 인정이었다.

박현준은 김 감독이 특히 공을 들였던 투수다. 김 감독은 "처음 입단했을 때 임창용을 보는 줄 알았다. 몇 년 안에 국가대표가 될 것으로 봤다"며 "투구폼을 교정시키느라 애썼다. 투구시 고개가 많이 들렸는데 이제는 많이 들리지 않더라"고 말했다. 올해 박현준은 10경기에서 7승1패 평균자책점 2.62로 맹활약이다. 지금 시점에서 MVP를 꼽으라면 단연 박현준이다. 김 감독은 "내 입장에서는 아깝지만 LG에서라도 잘해서 다행 아닌가"라며 웃어보였다.
김선규도 김 감독에게 인상 깊었던 선수였다. 김 감독은 "김선규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 배짱이 있었다. 내가 맨 처음 김선규를 봤을 때에는 구속이 135~136km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145~146km까지 나오더라. 거의 10km를 끌어올렸다. 그만큼 의지가 있는 선수다. 박종훈 감독도 그런 점이 마음에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규는 올해 23경기에서 2승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68로 LG 불펜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윤상균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윤상균은 해병대를 제대하고 나에게 전역신고를 하더라"고 떠올린 뒤 "충암고에서 처음봤는데 그때도 포수로서 재능은 많지 않았다. 코치들도 잘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남이 하는 것을 유심히 잘 보더라. 윤상균에게는 한 번 하면 계속 끊임없이 파고드는 면이 있었다. 가진 게 많지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자기자신을 만들어갔다"고 했다. 윤상균은 올해 17경기에서 타율 3할6푼 4홈런 12타점으로 대타 및 지명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김 감독은 트레이드에 대해 "그때 당시 부상으로 선수들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내줘야 했다. 우리는 당장 쓸 수 있는 포지션 플레이어들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그들과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스승의 날에는 문자도 주고받을 정도로 변함없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김 감독은 "지금은 함께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좋은 인연 아닌가. 좋은 아이들"이라며 떠나보낸 제자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비정한 프로의 세계지만 바로 그곳에 휴머니즘이 숨어있다. 김 감독과 LG로 이적한 3인방이 그렇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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