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이 아니야. SK 야구는 절박하다".
SK는 올해도 변함없이 1위에 올라있다. 26승13패 승률 6할6푼7리. 2위 LG(25승18패)에 3경기차로 앞서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끊임없이 "불안하다"고 이야기한다. 김 감독은 "그게 바로 SK 야구"라고 했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언제나 불안을 갖고 야구하고 있는 팀이 SK라는 뜻이었다. 시범경기에서 최하위였지만 정작 시즌 개막 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엄살이 아니다"고 단도리쳤다.
김 감독은 올해 SK가 잘 버티고 있는 이유로 게리 글로버와 이승호(37번)를 들었다. 김 감독은 "두 투수가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버는 10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 중이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58이닝을 소화하며 6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큰 이승호도 6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0.94라는 기대이상 성적을 내며 SK 마운드에 숨통을 틔워줬다.

김 감독은 "글로버와 이승호가 어떻게 살아났는지 아는가. 팔 각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투구시 팔만 뻗었는데 올해는 자세히 보면 온몸을 이용하고 있다. 팔 각도가 높아졌고 구위를 살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내 프라이드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무슨 말이었을까.
글로버와 이승호가 팔 각도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요코하마 출신 인스트럭터 때문이었다. 그 인스트럭터가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날밤 이승호에게 팔 각도에 대한 지도를 했다. 그 장면을 본 김 감독은 자존심을 버리고 "더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글로버도 이승호를 보고난 뒤부터 팔 각도에 무척 신경 썼다.

김 감독은 "주위에서는 야신이라는 사람이 자존심도 없냐고 수군거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내 프라이드는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들이 선생들에게 자식을 맡기듯 감독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면 맡겨야 한다. 야구를 잘할 수 있는데 누가 가르치는 게 중요하겠는가. 글로버와 이승호가 아니었다면 올해 SK는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선수들에게 '절박함'을 강조했다. 각자 역할을 잊지 않고 절박함을 갖고 야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감독은 "조동화를 2군으로 내려보낼까 고민이다. (24일 대전 한화전) 2루타로 만들어서는 안 될 타구를 2루타로 만들었다. 그것 때문에 팀이 한 경기를 버렸다. 조동화가 어떤 선수인가. 수비가 안 되면 존재가치가 없다. 타격만 본다면 박재홍을 기용하지 왜 조동화를 기용하겠나.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잘 생각해야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지난 4년간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그 중 3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매년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내며 극복하고 있다. 끊임없는 절박함이 근원이다. 김 감독은 "잘할 수 있을 때 더 잘해야 한다. 야구든 인생이든 잘할 때 놓아버리는 게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잘할 때에는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잘 나갈수록 더 절박하게 매달려야 또 다른 무엇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SK가 왕조의 길을 걷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