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요. 죽을 것 같아요".
'날쌘발' 고종욱(22)이 차오르는 숨을 연신 가쁘게 내 쉬었다.
고종욱은 25일 넥센의 붙박이 유격수 겸 4번 타자인 강정호를 대신해 1군에 오른 뒤 맹훈련에 돌입한 상태다. 타격보다는 주루플레이에 대한 특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기고-한양대를 거쳐 올해 입단한 신인 고종욱의 가장 큰 강점이 바로 '발'이기 때문이다. 고종욱은 '이대형보다 빠른 발'로 주목받았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면서 기대감을 높인 고종욱이었다.
그러나 역시 프로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한 차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1할7푼9리의 타율로 10경기만에 2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이후 고종욱은 푹풍타격감을 선보이며 다시 중용 기회를 잡았다. 2군에서 4할3푼2리의 타율로 남부와 북부를 통틀어 선두를 달렸다. 도루도 22경기에서 12개를 기록하며 '날쌘발'의 진수를 조금씩 보여줬다.
하지만 고종욱은 여전히 투수들의 투구 동작을 보고 2루로 뛰느냐 1루로 돌아서느냐를 구분짓기란 쉽지 않다.
이날 KIA와의 경기 전 고종욱은 김성갑 수비코치의 지도하에 주루 동작을 집중적으로 점검받았다. 투수의 퀵 모션을 어떻게 훔쳐야 하고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김 코치는 "너처럼 리그 최고의 발을 가진 애가 도루를 못하면 되겠냐"면서 "머리는 헬멧이나 모자를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쓰라고(생각하라고) 있는 것"이라며 고종욱에 대한 칭찬과 채찍을 번갈아했다.
이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정민태 투수코치는 김 코치에게 "코치님은 선수시절 도루 잘 못하지 않았냐"며 농담을 한 후 "이게 그렇게 안되냐"면서 대학 후배 고종욱을 살짝 거들기도 했다.
팀내 고참 이숭용과 김일경은 고종욱에 대해 "신인에게 공격, 수비, 주루 다 잘하라고 할 수 없다. 한가지라도 잘하면 된다"고 기를 살려줬다. 아예 고종욱을 직접 부르더니 "계속 뛰는 수밖에 없다. 자꾸 뛰고 죽어봐야 도루를 어떻게 하는지 안다. 딴 것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뛰라"고 조언해주기도 했다.
고종욱은 도루에 대해 "단순한 것이 아니다. 복잡한 것이 있다. 쉽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힘들어도 무조건 잘해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톱타자를 비롯한 테이블 세터진의 기근으로 답답한 넥센에게 고종욱이 확실한 답으로 자리매김할 지 기대를 모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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