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빠져 사는 여자. 연기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려도 행복한 여자. ‘천생 배우’라는 말 이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여자. 배우 김해숙 이다.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다수의 작품을 통해 ‘국민 엄마’로 등극한 김해숙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엄마의 모습으로 다음 달 우리 곁을 찾아온다.
김해숙은 영화 ‘마마’에서 철부지 엄마 ‘옥주’로 또 다시 변신했다.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사는 가족들을 어미닭처럼 따뜻하게 품어냈던 포용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김해숙은 이번 영화에서 유방암 선고를 받고도 짝짝이 가슴이 싫다며 수술을 거부하는 소녀 같은 엄마, 첫 사랑을 만나겠다며 보톡스를 맞고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철없는 엄마로 다시 태어났다.
극 중 김해숙은 조폭 두목임을 숨기고 잘나가는 영어 강사 행세를 하는 아들 ‘승철’(유해진)과 서로 죽고 못 사는 모자(母子) 관계를 깨알 같은 재미로 그려낸다.
영화 첫 머리에선 세상에 이런 엄마가 또 있을까 싶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할 만큼 ‘옥주’는 세상 모든 어머니의 모습을 대변한다.
“내게 아들은 자식이 아니라 부모”라고 말하는 옥주의 모습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부모 자식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릴 테다.
여느 엄마들처럼 아픈 과거를 안고 있으면서도 아들과의 사랑 속에서 상처를 치유해 낸, 그 어떤 엄마보다도 강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엄마’하면 희생이란 단어가 떠오르지만 ‘옥주’는 다르다. 여자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좋았고, 아픈 과거가 있지만 소녀 같은 밝음, 희망을 잃지 않는 엄마라서 더 좋았다.”
‘마마’의 또 다른 모자 엄정화 이형석이 절망에서 길어 올린 묵직한 희망을 노래한다면, 김해숙 유해진 모자는 가족이란 존재가 품고 있는 희망의 에너지를 유쾌하게 변주한다.
“옥주는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엄마다. 아들도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랐다. 하지만 이들은 아픈 과거를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해 냈다. 절망을 이겨낸 행복한 모자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이다.”
부르기만 해도 어떤 이에겐 눈물로, 어떤 이에겐 상처로 다가올 이름 ‘마마’가 김해숙의 말처럼 “결코 무겁거나 슬프기만 한 영화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74년 데뷔해 지금까지 연기 이외에 한 눈을 팔아 본 적 없는 김해숙은 “아직까지도 내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연기라는 게 끝이 없다. 만족이란 것도 없다. 배우로서 내 안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보여주는 역할을 맡고 싶다. 배우로서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역, 다채로운 배역을 통해 더 넓고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수 십 년째 배우로서, 자기와의 싸움에 도전하고 있는 김해숙. 그의 연기 열정은 신인 배우의 그것보다도 더 뜨겁고 거대했다.
김해숙의 차기작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다. 전지현, 김혜수, 이정재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을 한꺼번에 캐스팅 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작품에서 김해숙은 전문적이고 지능적인 도둑으로 또 한 번 변신을 꾀한다.
소녀같은 엄마에서 진짜 도둑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 김해숙이 2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나이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으로 인터뷰 내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해숙 주연의 '마마'는 6월 1일 개봉한다.
tripleJ@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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