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는 중요하지 않다".
SK 김성근 감독은 승리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징크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그만큼 이긴다는 게 간절한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언제나 절박하다. SK도 늘 불안을 갖고 야구를 한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SK를 오랫동안 강팀으로 군림하게끔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김 감독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프라이드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1위 SK를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 글로버·이승호 부활의 비밀

SK는 올해도 팀 평균자책점 1위(3.02)를 달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적에 가깝다. 김광현이 부진으로 1군을 들락날락했고, 송은범도 부상으로 빠져있다. 카도쿠라 켄을 대신하고 있는 짐 매그레인도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데에는 게리 글로버와 큰 이승호(37번)의 부활을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다. 김성근 감독은 "그 둘이 부활하지 않았으면 올해 SK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글로버는 4승1패 평균자책점 2.64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고, 이승호도 4승1패 평균자책점 0.94라는 깜짝 활약으로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렇다면 그 둘은 과연 어떻게 부활했을까. 시즌 전 요코하마 출신 일본인 인스트럭터의 조언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팔 각도를 보면 지난해보다 더 높다. 팔만 뻗는게 아니라 온몸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위가 좋아졌다"며 "내 프라이드는 중요치 않았다"고 했다. 그 인스트럭터가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날밤 이승호의 팔 각도 지도 장면을 보고서는 "더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김 감독은 "주위에서는 야신이라는 사람이 자존심도 없냐고 수군거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이 선생들에게 자식을 맡기듯 감독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면 맡겨야 한다. 야구를 잘할 수 있는데 누가 가르치는 것이 그리 중요하겠는가"라고 힘줘 말했다.
▲ 절박하게 해야 한다
김 감독은 지난 24일 대전 한화전 조동화의 수비에 진노했다. 2-1로 리드한 8회 한화 선두타자 오선진에게 2루타를 맞았는데 2루타가 될 타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조동화의 안일한 타구 처리가 2루타를 만들어줬고 결국 동점과 역전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하이라이트로 그 장면을 보니 더 화가 나더라. 그것 때문에 팀이 한 경기를 버렸다"며 "조동화를 2군으로 내려보낼까 생각하고 있다. 조동화가 어떤 선수인지를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 수비가 안 되면 존재가치가 없지 않나. 타격만 본다면 박재홍을 기용하지 왜 조동화를 기용하겠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연봉론을 펼쳤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각자 역할을 잘 생각해야 한다"며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구단에서 주는 연봉이라는 것에는 기대치가 들어있다. 지금까지 해온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앞으로 이 정도는 해줄 것이라는 기대치가 깔려있다. 상당수가 고액연봉자들 아닌가. 그럴수록 더 절박하게 매달려야 한다. 연봉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아직 그걸 모른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조동화는 백업선수지만 연봉은 억대(1억1000만원)다. 우승팀 선수라는 건 액수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그만한 값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동화는 지난 26일 경기 전 직접 배팅볼을 던지며 속죄했다. 그는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책했다. 이는 투수들에게도 해당한다. 볼넷에 벌금을 물고 연속 볼넷에는 벌금이 더블로 붙는다.
▲ 잘할 수 있을 때 잘해야
김 감독은 "잘할 수 있을 때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는 지난 몇 년간 시즌 초반 무섭게 질주했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타올랐다. 김 감독은 "야구든 인생이든 가만히 보면 잘할 때 그냥 놓아버리는 게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잘할 때에는 더 잘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럴 때 더 매달린다"고 말했다. 한 번 분위기를 탔을 때 무리를 해서라도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는 끊임없이 절박하게 승부하는 SK 야구와 닮아있다. 시즌 전 박진만에게 펑고를 쳐주다 오른쪽 어깨 인대가 끊어진 김 감독은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 있다.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SK는 2-6으로 뒤지던 경기를 6-6 동점으로 만든 뒤 연장 10회 끝에 승리했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을 상대로 7회에만 안타 5개와 볼넷 1개를 묶어 대거 4득점했다. 특히 7회 안타 5개 중 4개가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로 몰린 절박한 상황에서 때려낸 것이었다. 이틀 연속 홈런을 친 최정은 연장 10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기습번트로 출루하며 결승점 발판을 마련했다. 절박하게 하면서도 상식을 파괴했다. 각자 프라이드를 버리고 팀 승리를 위해 하나가 된 결과였다. 결승타를 친 박진만은 "SK는 힘이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SK 야구의 한계도 그 끝을 알 수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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