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전형적인 2군 선수였다. 별 생각 없이 그곳 생활에 만성적으로 젖어있었다"고 까지 말하며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본 양영동(28, LG 트윈스)이 서서히 1군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양영동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갑작스런 부상을 당한 이대형과 교체 출장 4타석 3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성 타구를 빠른 발과 재치 넘치는 주루 플레이로 깜짝 2루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양영동의 득점 덕분에 LG는 연장 12회 끝에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지금은 1군에서 동료 선수들과 맘껏 웃고 기뻐하고 있는 양영동. 그러나 그는 반년 전까지만 해도 혹시나 자신이 방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 2006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양영동은 2008년 경찰청을 거쳐 2010년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2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던 양영동은 지난 가을이 두려운 하루하루였다.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방출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혹시 나도"라는 마음에 불안함이 생겼다. 다행히 자신의 이름은 없었지만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유니폼을 반납하고 짐을 챙겨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후회없이 야구를 해보자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시점이 지난해 10월 남해 진주 캠프다. 원래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 가고 싶었던 양영동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후배들에게 밀려 교육리그에 가지 못하고 남해 진주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캠프를 들어가기 전 "내 야구 인생에 모든 것을 걸고 한번 해보고 싶었다"던 양영동은 하루도 쉬지 않고 야구에 집중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양영동은 박종훈(52) LG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결은 간단했다. 박 감독은 "양영동의 눈을 봐라. 눈빛이 살아있다"면서 "정말 열심히 한다. 스스로 깨우친 부분이 큰 만큼 변화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플로리다 마무리캠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거쳐 3월 시범경기에서 3할인 넘는 타율에 홈런도 2개나 날리는 등 박종훈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박 감독의 행복한 고민 덩어리였다.
LG는 이미 외야 자리가 꽉 차있다. 이병규를 비롯해, 이진영, 이대형, 정의윤까지…. 양영동은 끝내 2군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두 차례 1,2군을 다녀간 양영동은 이진영의 부상으로 1군에 올라와 서서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양영동은 22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을 잊을 수가 없다. 양영동은 팀이 6-4로 앞선 8회말 대타로 나서 임경완을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좌측 선상 2루타를 치고 나간 양영동.
그는 "무조건 살아 나가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데뷔 첫 안타를 치고 베이스를 밟고 서 있는데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가슴 속에서 끓어올랐다"면서 "나도 모르게 팔이 올라가고 세레모니가 연출되는 것 같아 조금은 자제했었다"며 잊지못할 첫 안타 순간을 기억했다.
양영동은 27일 현재 12경기에 출장 3할7푼5리(8타수 3안타) 2도루 3득점을 기록하며 확실한 외야 백업 요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격 뿐 아니라 주루와 수비에서도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6월이면 주전 우익수 이진영이 복귀한다. 이대형 역시 최근 몸에 맞는 볼과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잔부상을 당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지만 양영동으로서는 넘기 쉽지 않은 높은 벽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 양영동은 "내가 해야 할 것 욕심 안 부리고 할 것이다. 목표는 팀이 가을야구 진출했을 때 팀의 일원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또 다시 박종훈 감독의 행복 고민 덩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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