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떠나 박경수가 잘 했다".
박종훈(52, LG 트윈스) 감독이 27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전에 앞서 전날(26일) 잠실 두산전에서 있은 박경수의 도루 실패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황은 이랬다. 9회말 1-1 동점 상황에서 2사 1, 3루. 타석에는 이날 3안타를 친 수위타자 이병규가 서 있다. 그런데 1루 주자 박경수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그렇게 이닝이 끝나고 경기는 연장으로 갔다.

다행히 박경수가 연장 1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측 선상 2루타로 출루한 뒤 정성훈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만들어내며 2-1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9회말 박경수의 도루를 놓고 논란이 가열됐다. 벤치에서 나온 작전인지, 선수의 단독 도루인지를 놓고 말이 많았다.
이에 대해서 박종훈 감독은 "두 가지 측면을 봐야한다"면서 "박경수의 경기 집중력이 높았을 수도 있고, 두산의 세워놓은 작전 포메이션에 우리가 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경수는 초구에 도루를 감행했다. 1루수가 1루 베이스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박경수는 2루 베이스를 향해 견제 없이 뛸 수 있었다.
그런데 두산이 초구에 피치아웃을 했다는 점이다. 즉, 상대로 하여금 주자 견제 의사가 없는 것 처럼 보여주면서 주자가 뛰게 만든 뒤 이를 역이용해 2루에서 주자를 잡아낸다는 것이다. 보통 이 상황에서 3루 주자도 살펴야 한다. 3루 주자의 발이 빠를 경우 포수는 더블스틸을 의식해 2루 송구를 자신있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당시 3루는 조인성이었기에 홈스틸의 확률은 매우 낮았다.
더불어 타석에는 타격감이 좋은 이병규였고, 대기 타석에는 이날 안타가 없었던 박용택이었다. 두산으로서는 1루가 빌 경우 이병규 대신 박용택과 승부를 할 수도 있다. 물론 박용택도 좋은 타자지만 이날 타격 컨디션을 놓고 볼 때 두산으로서는 이병규 대신 박용택과 승부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박종훈 감독은 "박경수는 그린 라이트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면서 "박경수가 두산 1루 견제가 소홀한 틈을 보고 2루로 뛴 것은 높은 집중력을 보여준 것. 아구는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이라며 박경수를 옹호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또 "우리가 두산의 전술에 당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어떻게 보면 가지 않았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이 주제를 놓고 기자들과 10분 넘게 대화를 주고 받은 박 감독은 "선을 긋기가 참 힘들다"면서 "어찌됐던 박경수가 잘 했다"면서 실수를 만회하고 결승점을 만들어낸 박경수를 껴안았다.
이에 대해서 박경수는 "사인이 있었다"는 말만 남겼다. 어떻게 보면 작전 진행에 있어 사인 미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승리를 거둔 만큼 팀에 큰 악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박 감독도 "코치들과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다음 상황에 대해서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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