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곳에서는 이 환경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 또한 직구 전력 투구를 삼가며 제구에 좀 더 신경쓰고 있으니까".
절친한 동료의 조언도 별무소용. 두산 베어스의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29)의 2011시즌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페르난도는 27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3⅓이닝 동안 86개(스트라이크 47개, 볼 39개) 5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5개) 7실점으로 무너졌다. 타선 덕택에 패전은 면했으나 그의 평균자책점은 7.53에서 9.68(27일 현재)로 크게 높아졌다.
6위까지 밀려버린 팀 상황을 감안하면 페르난도의 부진한 모습은 크나큰 위기다. 당초 한국 땅을 밟으면서 더스틴 니퍼트-김선우와 함께 굳건한 선발 삼각편대를 구축해 주길 바란 페르난도였으나 5경기에 나서면서 승리 없이 단 1패만 당했다. 17⅔이닝 동안 피안타 26개에 사사구 18개로 어느 하나 나은 기록이 없다.
사실 페르난도는 LG의 외국인 우완 레다메스 리즈와 절친한 사이. 리즈는 "2007년 베네수엘라 윈터리그 시절 현재 샌프란시스코 내야수인 파블로 산도발, 페르난도와 함께 같은 팀 동료로 친하게 지냈다"라고 밝혔다. 큰 무대를 향해 함께 독려하고 정진하던 선수들인만큼 타국에서도 어찌 반갑지 않았겠는가.
리즈 또한 페르난도가 한국 무대에서 자기 투구스타일을 고수하려다 낭패를 보는 경기를 알고 있었다. 그동안 페르난도의 경기를 보다보면 포수 양의지의 사인에 가끔씩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결정구를 앞세우고자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타자들의 컨택 능력이 기본적으로 좋다. 그만큼 결정구를 던졌을 때 최소한 파울커트라도 해보려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페르난도를 만나 그 이야기를 했다.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 나 또한 처음 내 투구 스타일을 고수하려다 안 좋은 결과가 나와 이제는 직구도 힘을 빼서 던지려 노력한다'라고. 페르난도도 수긍하는 듯 하더라".
그러나 기본적인 제구가 안 좋았다. 직구가 최고 152km에 달할 정도로 빨랐으나 또 하나의 결정구인 슬라이더의 제구가 20개 중 12개가 볼이 될 정도로 안 좋았다.
또한 처음 등판했을 때에 비해 공에서 손을 놓을 시 손목 각도가 수직보다 수평에 더욱 가까워졌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회전력을 더해 구위를 높이거나 변화구 낙차를 키우는 데는 손목 각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페르난도의 투구는 그와 반대되었다. 덜 떨어지거나 몰리는 슬라이더 실투가 많았던 것은 바로 그와 관련되었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페르난도에 대해 "한 번 지켜봐야지"라며 쓴웃음과 함께 절박한 기대감을 비췄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자신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를 또다시 발로 차 버렸다. 페르난도가 부진하면 부진할 수록 두산의 계투진과 선수단의 행보는 더욱 힘겨워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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