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이 무너진 상황. 벼랑끝 승부가 연출되고 말았다.
두산과 한화의 시즌 6차전 맞대결이 펼쳐진 27일 잠실구장. 경기 초반부터 양 팀 타선이 타올랐다. 두산 선발 페르난도 니에베, 한화 선발 안승민 모두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자 양 팀 모두 불펜을 집중투입했다. 5월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두산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경기였고 한화도 한 번 흐름을 탄 상황에서 더 가열차게 몰아붙여야 했다. 그래서 '벼랑끝 승부수'가 나왔다.
한화가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 안승민에 이어 나온 훌리오 데폴라가 6회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한대화 감독은 전날 3이닝 55개 공을 던진 '필승카드'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던졌다. 8-7이라는 1점차 스코어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는 박정진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정진은 철인이 아니었다. 무리한 여파인지 공 9개를 던지는 동안 파울 3개를 제외하면 온전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공이 없었다.

박정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6km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박정진은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종욱에게 볼 2개를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초강수는 무리수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도 어쩔 수 없었던 이유가 나타나고 말았다. 7회 2사 후 나온 구원투수 유원상이 홈런 포함 2피안타 2볼넷으로 3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마무리투수 오넬리 페레즈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한 감독의 무리수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두산도 선발 페르난도가 무너진 뒤 이현승-고창성-노경은-이혜천-정재훈 등 나오는 구원투수마다 안타를 맞고 점수를 줬다. 여기에 믿었던 정재훈마저 9회 포수 용덕한의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로 뼈아픈 역전을 허용했다. 오선진은 스트라이크 낫아웃에 3루까지 밟았다. 3일 전 넥센 강정호의 주루미스에 버금가는 본헤드 플레이였다.
1점차 뒤진 9회말 공격에서 두산은 무사 1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에서 김경문 감독은 포수 용덕한을 빼고 대타 윤석민을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양의지가 7회 홈 블로킹 과정에서 충돌 후유증으로 병원에 실려나간 뒤 백업포수 용덕한이 나왔지만 그마저도 빼버렸다. '전직 포수' 이성열이 있었지만 그것을 고려해도 쉽게 내릴 수 없는 승부수였다.
그러자 한대화 감독도 마지막 승부수로 응수했다. 이틀 전 선발로 나온 김혁민을 11-10으로 리드하던 9회 1사 2·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1점차 리드에 역전 주자까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김혁민은 정수빈을 2루 땅볼, 이종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길고 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경기 소요시간은 올시즌 최장 4시간23분이었다. 내일이 없는 승부수. 그러나 야구는 승패라는 그 결과에 따라 이어질 파장이 큰 스포츠다. 한화는 짜릿한 역전승으로 피로를 씻었고, 두산은 허망한 역전패에 망연자실하게 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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