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화 경기를 보면 마치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하다".
한화가 5월 프로야구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는 5월 23경기에서 12승11패 승률 5할2푼2리를 거두고 있다. 6승16패1무 승률 2할7푼3리로 끝없이 추락하던 4월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등 돌렸던 팬들도 다시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실 5월 성적만 놓고보면 8개 구단 중 6번째다. 두산·넥센이 워낙 부진해 나머지 팀들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도 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요즘 한화는 야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팬들은 "한화는 한 경기 한 경기가 한국시리즈"라고 말한다. 과연 어떤 이유 때문에 한화 야구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 역전의 명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데 최대의 가치가 있다. 한화가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화는 올해 역전승이 12승으로 삼성(13승)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5회까지 뒤지던 경기를 뒤집은 것으로 범위를 좁히면 7승으로 가장 많다. 9회 이후로만 한정하면 무려 3승이나 된다. 끝내기로 거둔 승리도 3승으로 롯데와 함께 가장 많다. 한화는 9회 득점도 19점으로 8개 구단 중에서 최다다. 한대화 감독은 "역전승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그렇게 이기는 경기가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했다. 한화를 상대하는 팀들은 마지막까지 절대 방심해서는 안된다. 물론 마지막까지 포기할 이유도 없다. 한화는 역전패도 11패로 두 번째로 많은데 5회까지 리드하다 뒤집힌 경기가 6차례나 있다. 이기든 지든 한화 경기는 항상 극적이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 영화와 같다.

▲ 득점권 타율
야구는 득점권에서 적시타가 터져야 제 맛이다. 5월의 한화는 찬스를 놓치지 않고 있다.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맹수처럼 매섭게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5월 23경기에서 한화는 득점권에서 199타수 60안타로 타율이 3할2리에 달한다.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대 득점권 타율을 기록 중이다. 꼭 필요할 때마다 적시타가 터져 나오니 경기가 잘 풀린다. 게다가 2사 이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다. 5월 23경기에서 2사 이후 득점이 41점으로 SK(42점) 다음으로 많다. 가공할 만한 집중력을 떨치면서 득점력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4월 평균 3.1득점밖에 올리지 못했던 한화 타선은 5월에 평균 4.3득점을 올리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려 달려들어야 한다. 찬스 때마다 피하려고 하길래 주인공이 되려는 마음을 먹으라고 선수들에게 주입을 많이 시켰다"고 설명했다.
▲ 언더독 반란
한화는 시즌 전 강력한 최하위 후보로 지목됐다. 지난 2년간 최하위를 도맡았고 올해도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다. 오랫동안 기둥으로 있었던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하며 한화는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과 타팀에서 밀려온 외인들로 구성됐다. 박정진과 정원석처럼 늦게 빛을 보는 선수들도 있고, 강동우와 장성호처럼 부활한 선수들도 있으며 김혁민과 안승민처럼 자라나는 새싹도 있다. 연봉 총액도 26억8800만원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다. 그러나 그런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예상 외로 거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일으키고 있다. 진정으로 1승에 목말라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뭉쳐있다. 홈경기 종료 후에는 언제나 불이 반쯤 꺼진 구장에서 나머지 훈련을 자청하며 독기서린 야구를 하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그런 것마저 없으면 되겠나"고 말했다. 최고참 강동우는 "우리 팀은 모든 선수들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언더독의 반란. 한화의 야구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곳에 우리네 인생이 담겨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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