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 수비 부담 극복한 맹타본능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29 07: 35

'택근브이'이택근(31, LG)이 자신에게 낯선 포지션인 1루 수비 부담을 극복하고 서서히 타석에서도 본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택근은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석 3타수 3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 1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6회 1사 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정의윤의 스퀴즈번트 때 선취 득점을 올린 데 이어 연장 10회 2사 만루에서 송신영을 상대로 1타점 결승 우전 적시타를 날리며 펄펄 날았다.

무엇보다 이택근은 최근 경기를 통해 1루 수비 부담을 많이 떨쳐 냈다고 볼 수 있다.
이택근은 대학시절 포수였다. 그러나 지난 2003년 현대 입단 후 외야수로 전향했다. 빠른 발, 강한 어깨, 타구 판단 능력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이 없던 이택근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중견수를 맡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자신을 버리고 팀에게 맞췄다. 외야수 글러브가 아닌 1루수 글러브를 끼었다. LG는 지난해 '빅5'라고 불릴 정도로 외야 자원이 풍부했다. 올해는 지명타자가 됐지만 박용택을 비롯해 '적토마'이병규, 이진영, 이대형이 있었다. 여기에 '작뱅'이병규도 있었다.
올해는 군에서 제대한 정의윤까지 합류하면서 외야 자원은 차고도 넘쳤다. 이 때문에 이택근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 때부터 1루수로 전업을 결심하고 수비 훈련에 매진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였지만 그는 묵묵히 따랐다.
사실 타자가 수비 위치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단순히 수비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수비에서 오는 부담감이 타석에서 이어져 타격 밸런스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택근 역시 올 시즌 1루수로만 36경기에 출장해 2할8푼의 타율에 37안타 1홈런 21득점 1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택근에 대한 기대치에 아직까지 많이 못 미친다.
LG가 29일 현재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야 모든 곳에서 1루 송구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이택근 역시 원바운드성 타구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경기 전 염경엽 수비 코치와 1루수 출신인 서용빈 타격 코치로부터 원바운드 캐치 특별훈련도 받았다. 아직까지 완벽하다고 볼 수 없지만 글러브로 안 되면 몸으로라도 막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택근도 "어렸을 때부터 수비 포지션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1루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상관없다"며 웃었다.
박종훈 감독도 이택근이 소리 없이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박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면 "이택근이 자신의 주 포지션을 포기하면서까지 1루를 맡아 주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에 어느 때보다 나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택근은 수비 포지션 전환으로 팀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단순히 드러난 성적 이상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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