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단비 같은 피칭이었다".
지난 28일 잠실구장. 경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는 걱정스런 마음을 내비쳤다. 그 전날 경기에서 불펜 투수들을 소모한 탓에 쉽지 않은 승부가 예고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정민철 코치는 "속상한 마음"이라며 연일 수고하는 불펜 투수들의 노고와 부진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한 감독과 정 코치의 걱정은 기우였다. 선발로 나온 7년차 장신 투수 양훈(25)이 불펜의 도움이 없는 완봉승으로 경기를 끝냈기 때문이다.
양훈은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9이닝 동안 129개의 공을 뿌리며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두며 팀의 6-0 완승을 견인했다. 양훈 개인적으로는 시즌 4연패 후 첫 승이자 개인 통산 첫 9이닝 완봉승 경기. 지난 2008년 4월26일 대전 두산전 이후 3년1개월2일만에 따낸 선발승이기도 했다. 일수로는 무려 1128일만의 선발승. 무엇보다도 불펜을 소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큰 완봉승'이었다.

정민철 코치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8회부터 양훈에게 완봉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사를 전달하며 사기를 북돋아준 정 코치는 "(양)훈이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정말 의미있는 승리다. 답답한 팀 마운드에 물꼬를 틀어주는 정말 단비 같은 피칭"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훈의 완봉승은 올 시즌 한화의 첫 기록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이 4.3이닝밖에 되지 않은 양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대목이다.
정 코치는 "(양)훈이는 이제 진정한 선발"이라며 "이닝을 거듭할수록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들어간 게 좋았다. 직구뿐만 아니라 포크볼 등 변화구 제구가 잘 이뤄졌다. 진정한 선발로서 앞으로 큰 활약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날 양훈은 129개 공 중에서 83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 직구(48개)보다 슬라이더(40개)·포크볼(18개)·커브(13개)·싱커(10개) 등 변화구 비율을 많이 가져갔다. 다양함을 바탕으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
지난 2년간 구원으로 활약하다 올해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은 양훈은 스스로에게 반신반의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올해 전반적으로 좋은 피칭을 하고도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날 완봉승으로 그 고비를 넘겼다. 한대화 감독은 "양훈의 완봉승을 축하해 주고 싶다.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훈도 "오늘을 계기로 팀이 4강에 갈 수 있도록 볼넷을 줄이고 더 길게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정한 선발에 어울리는 다짐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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