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 용병 악령'에 울부짖는 두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5.29 08: 57

2004시즌 후 우완 이경필이 공익근무로 떠나고 맷 랜들이 입단한 이후 두산 베어스는 2옵션 외국인 투수에게 30번 등번호를 주었다. 그리고 지금 두산은 30번 투수들의 잇단 기대 이하 모습에 남몰래 눈물 짓고 있다.
 
두산은 지난 28일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29)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라몬 라미레즈를 대신해 지난 4월 말 두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했던 페르난도는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9.68(29일 현재)에 그치며 김경문 감독의 속을 시커멓게 태웠다. 

 
특히 2009시즌 직전 랜들이 어이없는 허리 부상으로 퇴출된 후 30번 외국인 투수는 김 감독의 기대에 완전히 어긋나버렸다. 2005년 입단 이후 2008시즌까지 49승 32패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하며 다니엘 리오스(전 야쿠르트)와 함께 원투펀치 노릇을 했던 랜들은 외국인 투수의 모범 전례 중 하나였다.
 
최고 140km 후반에 이르는 직구는 물론 제구력이 바탕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구사력은 리그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혔다. 또한 그는 조용한 듯 하면서도 젊은 투수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는 등 외국인 선수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러나 랜들은 2009시즌 직전 출근 중 선릉역 계단에 넘어지며 허리를 다쳐 결국 중도퇴단 비운을 맞았다.
 
이후 30번 외국인 투수는 기대치에 어긋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랜들이 비우고 간 30번을 차지한 후임은 도미니카 출신 좌완 후안 세데뇨. 세데뇨는 보스턴 시절 최고 156km을 던지던 좌완 유망주였으나 두산 입단 후에는 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미 미국 시절 부상으로 인해 더블 A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것.
 
2009년 28경기(선발 15경기) 4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5.70이 세데뇨의 성적표. 경기가 거듭될 수록 좋아지는 모습도 보였고 성격이 좋다는 평을 받았으나 '우승 전도사'가 되기는 한참 함량 미달이었다. 또한 그는 라커룸 내에서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과 다툼이 잦았다. 두산에서 그와 재계약하지 않은 데는 기량 미달 외 선수들과의 마찰도 큰 이유였다.
 
지난해에는 좌완 레스 왈론드가 30번을 달고 뛰었다. 2005년 LG에서 4승 10패에 그친 뒤 시카고 컵스-필라델피아-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은 왈론드. 왈론드는 착한 선수였던 동시에 국내 선수들과의 융화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등 야구 외적으로 분명 좋은 선수였다.
 
또한 포스트시즌서 왈론드는 폭포수 커브를 앞세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17,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는 5경기 전경기에 나서 2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분투했다. 포스트시즌만 보면 그는 '왈신'의 칭송을 받기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서 7승 9패 평균자책점 4.95에 그치며 김 감독의 팀 운용에 차질을 빚고 말았다. 5월 중순 이후 선발로 제 몫을 해냈으나 일본 시절 겪은 팔꿈치 부상 후 시작 페이스가 늦었다. 4월에는 부상 재발 우려로 인해 소극적 피칭을 보여주며 퇴출 직전까지 놓였던 왈론드였다. 
 
왈론드가 본격 가세하지 못한 4월 두산은 결국 SK와의 극간을 좁히지 못하고 '내려가는 팀'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말 보류선수 명단에 이름을 놓기는 했지만 김 감독은 왈론드를 선택하지 않았다.
 
 
베테랑 좌완 오달리스 페레스의 테스트가 불발된 뒤 두산은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라몬 라미레즈를 데려왔다. 그러나 라미레즈는 시범경기 2차례서 2패 평균자책점 23.63을 기록한 채 퇴출되었다. 어깨 근력이 이미 떨어져 해괴한 투구폼으로 제 구위를 선보이지 못했다. 또한 영어 구사력이 떨어져 스페인어밖에 구사하지 못했다.
 
라미레즈와 수월하게 소통한 이는 1선발 더스틴 니퍼트 뿐이었다. 결국 조용한 성격의 라미레즈는 야구 내외적으로 팀과 섞이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다. 라미레즈의 퇴출 후 두산 유니폼을 입은 페르난도 또한 야구 내외적으로 선수단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치는 "아직 메이저리거라는 생각에 젖어있는 듯 했다. 도통 선수들과 어울리지 못하더라"라며 혀를 찼다. 따라서 페르난도의 퇴출은 사실상 확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사이 팀은 2위에서 6위까지 곤두박질쳤다.
 
한 달 전에 비하면 대체 외국인 선수 시장의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점차 메이저리그 콜업의 문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 웬만큼 커리어를 갖춘 투수를 데려올 수도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두산이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 이목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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