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불펜의 열악함을 확인한 한판이었다.
한화가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한화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 3-2 역전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았으나 8회말 구원투수들이 안타와 볼넷을 3개씩 허용하는 등 순식간에 4실점하며 승리를 날리고 말았다. 내심 올 시즌 첫 3연전 싹쓸이와 6위 진입을 노렸으나 역전의 단꿈을 만끽하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 짧았다.
8회초 대타 이양기의 동점 적시타와 정원석의 번뜩이는 홈 쇄도로 3-2 역전에 성공한 한화는 8회말 수비부터 좌완 마일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마일영은 오재원에게도 안타를 맞았다. 투수를 직접 강타한 뒤 유격수 뒤쪽으로 굴러가는 행운의 내야 안타. 그 사이 타자 주자와 1루 주자가 질주하며 순식간에 무사 2·3루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한 고비를 잘 넘겼다. 김현수의 1루쪽 라이너성 타구를 정원석이 귀신처럼 캐치해냈다. 한 고비를 넘기자 한대화 감독은 마일영과 포수 박노민을 모두 바꾸고, 마무리투수 오넬리 페레즈와 수비가 좋은 이희근을 기용했다. 김동주를 고의4구로 걸러내며 만루 작전을 쓴 한화는 최준석을 1루 쪽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 극복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그 순간 오넬리가 기대를 절망으로 바꿔놓았다. 볼카운트 1-1에서 이성열에게 던진 126km 슬라이더가 이성열의 배트에 잘 걸려들었다. 타구는 우익수 오재필 앞으로 떨어졌고 그 사이 3루 주자와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순식간에 3-4 역전. 오넬리는 대주자 이종욱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데 이어 최승환에게도 2타점 쐐기 적시타를 맞았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안타와 볼넷을 2개씩 내주며 2실점했다. 패배는 당하지 않았지만 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이에 앞서 나온 마일영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1피안타 1볼넷으로 2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한화는 이날 필승카드 박정진을 기용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대전 SK전에서 3이닝 55구를 던진 박정진은 이튿날 잠실 두산전에서 또다시 9개의 공을 던졌지만 정상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한대화 감독은 "(박)정진이는 오늘 무조건 쉬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온 순간 박정진이 아른거렸지만 한대화 감독은 참았다. 그리고 경기를 내줬다. 열악한 불펜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나타난 한판이었다.
waw@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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