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1위를 달리고 있던 '광속 사이드암'박현준(25, LG 트윈스)이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펼치며 패전투수가 됐다.
박현준은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1-4로 뒤진 4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3이닝 동안 삼진을 4개나 잡아냈지만 5피안타 3사사구 6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무엇보다 박현준은 경기 내내 직구 뿐 아니라 포크볼과 슬라이더의 제구마저 흔들렸다. 직구의 볼 끝은 여전히 좋았지만 제구가 높게 형성되면서 홈런 포함 안타를 5개나 허용했다. 이날 패배로 박현준은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7승2패 평균자책점도 3.29가 됐다.

그렇다면 4월에만 3승, 5월에도 4승을 거두며 무적 행진을 달리던 박현준이 왜 최근 두 경기에서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던 것일까.
▲강철 체력 박현준, 그도 사람이다
박현준의 부진을 놓고 생각해 볼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은 체력이다. 박현준은 "부모님께로부터 물려받은 체력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시즌 그의 투구수와 이닝을 놓고 보면 결코 쉽지 않은 지난 두 달을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
박현준은 30일 현재 올 시즌 8개 구단 선발 투수 가운데 글로버 윤석민과 함께 11경기로 가장 많이 등판했다. 박현준은 68⅓이닝 동안 1123개를 던졌다. 이닝별 투구수는 16.4개나 된다. 류현진이 71⅓이닝, 1169개로 1위에 올랐지만 지난 5년 동안 꾸준하게 선발투수로 뛰었기에 체력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박현준은 올 시즌이 첫 풀타임이다.
여기에 박현준은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을 꾸준히 지켰다. 지난 4월 3일 잠실 두산전 이후 박현준은 4월에는 등판 간격이 5일 휴식 후 6일째 등판이 세 차례나 됐다. 그러나 5월 6차례 선발 등판 가운데 13일 넥센전 이후 19일 KIA 한 차례만 5일 휴식 6일째 등판이었던 반면 나머지 4경기는 4일 휴식 5일째에 등판했다.
박현준은 지난 주에도 화요일(24일)과 일요일(29일) 두 차례 등판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LG로서는 박현준의 호투를 발판 삼아 1위 SK를 추격함과 동시에 중위권에서 벗어나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놓고 볼 때 LG는 박현준이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한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한 전략이 두 걸음을 뒤로 가게 했다. 박현준에게는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이 왔다.

▲흔들리는 제구력
투수가 한 시즌 꾸준하게 밸런스를 가져갈 수 없다. '괴물투수' 류현진(24) 역시 "나도 사람이다"라며 밸런스 잡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박현준 역시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투구 밸런스에 지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박현준은 29일 넥센전에서 직구, 포크볼, 슬라이더 모두 제구가 좋지 않았다. 박현준은 지난 2달 가까이 좋은 밸런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이클상 이제 한번 정도 떨어질 타이밍이다. 이걸 얼마만큼 짧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스스로 밸런스를 찾는 법 역시 알아야 한다.
특히 박현준은 사이드암에서 150km에 달하는 빠른 볼을 뿌린다. 여기에 낙차 큰 포크볼을 주무기로 한다. 체력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릴 경우 박현준은 제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 역시 "박현준이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7개구단, 박현준 분석 끝났다
시즌 초만 해도 박현준의 돌풍에 상대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통파가 아닌 사이드암에서 뿌리는 직구와 포크볼에 타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여기에 2009년 17이닝, 2010년 57⅔이닝이 말해주듯 그 동안 박현준과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 타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박현준은 올 시즌 벌써 68⅓이닝을 던졌다. 두산과 세 차례, 넥센과 삼성 두 차례, 그리고 한화, SK, KIA, 롯데와 한 차례씩 등판해 7개구단 모두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즉, 상대 전력 분석팀에게 대부분의 전력이 노출됐고, 타자들 역시 체험을 한 만큼 처음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29일 넥센전이 그 예다. 이날 넥센은 3번 지명타자로 좌타자 조중근(29)을 선발 출장시켰다. 조중근은 주전이 아닌 백업이지만 27일 대타로 나와 적시타를 날렸고, 28일에도 멀티 히티를 쳤다. 즉, 타격 밸런스가 좋다는 점, 그리고 직구를 잘 친다는 점 때문에 클린업 트리오에 합류했다.
경기 전 넥센 전력 분석팀 역시 조중근에게 "박현준의 포크볼은 버리고 직구와 슬라이더만 노려라"고 주문했다. 포크볼을 버리라고 한 이유가 있다. 최근 3경기에서 박현준은 포크볼 구사 비율을 많이 낮췄다. 일단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직구와 슬라이더 비율이 높아졌다. 조중근처럼 직구를 잘 치는 타자에게는 몸쪽으로 감겨 들어오는 슬라이더 대처도 용이하다.
LG 관계자 역시 "박현준이 안 맞아야 할 타이밍에서 조중근에게 직구를, 강병식에게는 슬라이더를 맞았다"면서 "그 말은 바꿔 생각하면 상대팀의 분석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현준의 부진은 큰 문제로 보기 힘들다. 지난 28일 윤석민도 롯데전에서 5⅔이닝 동안 홈런 두 개를 포함 안타를 무려 10개나 맞고 4실점했다. 류현진 역시 26일 SK전에서 7이닝 동안 8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부진했던 원인을 찾고 다음 등판에서 이런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지난 두 달 동안 박현준의 투구를 지켜볼 때 충분히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는 평가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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