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임찬규(19, LG 트윈스)가 시즌 5승째를 올렸다. 임찬규 스스로도 "벌써 5승"이라고 말할 정도로 빠른 페이스다. 그러나 28일 목동 넥센전에서 712일 만에 승리를 눈앞에 뒀던 심수창(30)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30일 목동 구장에서 만난 임찬규는 "승리인지 패전인지 모르겠다"면서 "수창이형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아꼈다.
임찬규는 28일 넥센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9회말 1사 2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김광수가 2군으로 내려간 뒤 상황에 따라서 팀 내 마무리 역할을 맡고 있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직구 구속이 최고 145km까지 나왔고, 공 끝에도 힘이 있었다.

덕분에 대타 송지만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겨 놓았다. 그러나 또 다른 대타 강귀태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131km 슬라이더가 높게 제구 되면서 좌월 동점 투런 홈런포를 맞았다.
임찬규의 최대 장점은 신인답지 않게 마운드 위해서 항상 당당하다는 점이다. 역동적인 투구폼을 바탕으로 이대호(롯데), 이범호(KIA), 김동주(두산)가 타석에 들어서도 거침없이 몸쪽에 직구를 던진다.
그렇지만 강귀태에게 홈런을 맞은 순간 임찬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무언가 상기된 얼굴에서 위기를 맞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임찬규 역시 "홈런을 맞는 순간 충격이 있었다. 스스로도 위기라고 느꼈다"며 당시 상황을 솔직히 밝혔다.
다행히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3-3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임찬규는 덕아웃에서 최계훈 투수 코치를 만났다. 쉬는 날인 월요일에도 함께 훈련하며 임찬규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최 코치도 임찬규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읽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최계훈 코치는 임찬규에게 다가가 한 마디만 했다. "찬규야. 이겨내 봐". 어떻게 들으면 너무도 냉정하고 차가운 한 마디일수도 있지만 임찬규의 가슴 속에는 따뜻한 조언으로 들렸다.

임찬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렇게 9회만 마치고 교체되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럴 상황이기도 했다"며 당시 복잡했던 머리와 가슴 속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러나 최 코치가 "이겨내 봐"라는 말 한마디에 임찬규는 자신감을 갖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불과 15분 전 홈런을 맞고 자신감을 잃었던 임찬규가 아니라 이전까지 4승을 올린 당당한 임찬규로 돌아왔다.
임찬규는 연장 10회 팀이 한 점을 뽑아내 4-3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고종욱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줬다. 그러나 유한준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데 이어 알드리지와 김일경을 각각 좌익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처리하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최 코치는 "찬규는 아직 어리다. 그러나 그 나이에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훌륭한 모습"이라며 "내 말을 좋게 들었다면 나도 기분이 좋다. 이 순간도 어려웠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찬규는 더 많은 어려운 상황들이 닥쳐올 것이다. 다 이겨내야 한다"며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임찬규로서는 최계훈 코치의 단 한마디 "이겨내 봐"가 없었다면,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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