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광학교 무지개 예술단
밴드·벨리댄스 등 활력의 무대
[이브닝신문/OSEN=신상미 기자] “장애우들에게 복지혜택을 충분히 제공해도 삶의 동기와 가치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따돌림, 자살, 소외가 많이 일어나는 경쟁사회에서 우리 공연을 보고 사람들이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예술활동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예술적 감성을 전해주고자 장애인종합예술단체인 ‘무지개 예술단’을 만들어 해마다 공연해 오고 있는 경북영광학교 이예숙 교장의 말이다.
29일 서울 남산 카페 리옌에서 경북영광학교의 무지개 예술단 소속 3개 팀의 공연이 열렸다. 한여름과 다름없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듯 이들의 공연은 활기가 넘쳤고 열정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수준급 실력으로 빛났다.
첫 번째 공연은 지난 2002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밴드인 어울림의 무대. 이들은 2005년 첫 음반을 냈을 뿐 아니라 2007년엔 일본전국장애인예술제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다음으론 학교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친구들인 베이비 응원단이 등장했다. 초등학생들로 이뤄진 이들은 귀엽고 깜찍한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만으로도 사랑스러웠다. 마지막 무대는 벨리 댄스팀인 젤리벨리의 공연. 요즘 화려한 비주얼로 제일 잘 나가는 팀으로 이곳저곳에서 공연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비장애인들에 비하면 다소 거칠고 서툴지 몰라도 이날 이들의 공연이 전해주는 진정성과 친근함 만큼은 큰 감동이었다. 악기를 다루고 동작을 외우는 일이 힘에 부치다가도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건 힘을 내서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다고. 이날 공연장 주변에는 장애인 직업교육의 일환으로 빵, 과자, 비누 등을 제조하는 학교기업 ‘나무나무’와 새, 돼지, 고양이, 개 등 반려동물을 매개로 치료와 교육효과, 정서적 안정감 등을 얻고자 하는 창파동물매개치료연구센터가 함께 자리했다.
전교생 260명의 경북영광학교는 직업교육 일색인 국내 장애인학교 중 거의 유일한 예체능 계열 특성화 학교다. 무지개예술단엔 이들 외에도 마술쇼 댄스, 브레이크 댄스, 도기도기 댄스, 소라소리 중창단, 옴 요가 댄스, 드래곤 태극권, 지브라-Z 난타 등 20개의 소속팀이 있다. 게다가 축구부는 28일 전국 대회에서 우승했고 역도부는 은메달을 3개나 획득했다.
지브라-Z 난타 팀의 유달근 교사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초등부 교사임에도 2년간 난타쇼를 배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기에도 바쁠텐데, 따로 ‘난타’를 배워서 가르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덕분에 장기가 생겼다. 잘못해도 같이 해보자는 것이고 애들이 매우 좋아한다. 같이 치면서 웃을 수 있고 기분도 좋고 사람들이 박수치고 환호하면 자신감이 생겨서 더 잘한다.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에서도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난타팀은 지금까지 15회 공연을 가졌다. 무지개 예술단은 올 12월에도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정기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외부 초청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오는 9월, 벌써 세 번째 참가인 세계장애인문화예술제에도 초청받아 공연할 예정이다.
<사진> 29일 서울 남산 카페 리옌에서 열린 경북영광학교 무지개 예술단 공연에서 밴드 어울림이 연주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적·정서 장애를 갖고 있지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주체적으로 만들고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박수가 아이들 바꿨다
피나도록 연습 또 연습”
-이예숙 교장의 말
-무지개 예술단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장애우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단순 노동을 하거나 차별에 노출된다. 그래서 예술성을 발휘하게끔 해서 감동을 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한데 악보도 잘 못보고 글도 잘 모르고 또 잘 잊어버리고 하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환호를 받더니 동기부여가 돼서 손에 피가 나도록 기타 연습을 한다. 그래서 현재 무지개예술단에 20개 팀이 있는 거다. 또 한 가지, 기차, 비행기를 타고 공연을 다니면서 사회성이 좋아졌다. 복지혜택을 충분히 누려도 삶의 동기와 가치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지적 장애뿐 아니라 지체 장애 등 중복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휠체어에만 의지하고 있다가 펭귄 댄스, 인어 댄스 등을 열심히 연습해 선보인다. 앞으로 장애인 ‘리틀 앤젤스, 장애인 아이돌’처럼 키우고 싶다.(웃음)
-어떻게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선친이 대구대를 설립하고 총장을 하셨던 이태영씨다. 대구대는 특수교육과 사회복지를 국내에서 처음 가르친 대학교다. 아버지께서 장애인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강조하셨다. 이미 83년에 장애인 예술단을 만드셨다. 선친의 뜻을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내가 물려받았다. 우리 네 남매가 모두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일한다. 경쟁사회에서 따돌림, 자살, 소외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나. 우리 아이들을 보고 사람들이 희망과 긍정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 중국에서도 공연하는 것이 목표다.
◆“18번은 비틀즈 오블라디 오블라다”
-장애인밴드 어울림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밴드인 어울림의 실력은 수준급이다.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이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어울림 멤버들은 직업 교육 일색인 장애인교육에서 학교 정규 수업으로 일주일에 3번, 2시간 가량 꾸준히 음악교육을 받고 있다. 음악 콩쿠르에서 이탈리아 가곡 ‘무덤 가까이 오지마라’로 은상을 탄 보컬 박군오 군과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재주꾼 신상훈 군을 만났다.

-공연을 아주 잘하던데,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
▲박군오(어울림, 보컬/기타, 18세)=노래 연습을 많이 하고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해요. 카라를 좋아하고 일본 음악도 아주 좋아해요.
▲신상훈(어울림, 신디사이저, 16세)=엄마의 권유로 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열심히 배웠어요. 기타, 드럼, 피아노, 실로폰, 마린바를 다룰 줄 알아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노래들은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젓가락 행진곡, 오버 더 레인보우예요
shin@ieve.kr/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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