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복귀' 최승환, 두산의 숨은 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5.31 08: 49

"아, 이거 시차 적응 안되서 힘들었네요".(웃음)
 
주전 포수가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하고 두 번째 포수마저 자제력을 잃었던 상황. 주전 자리를 내주고 2군에서 고생하던 베테랑 포수는 후배 투수의 호투를 이끈 동시에 쐐기타로 팀의 4연패를 끊었다. '점포' 최승환(33.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최승환은 지난 29일 잠실 한화전서 8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해 선발 투수 홍상삼의 6이닝 1실점(비자책) 쾌투 밑거름이 되었다. 여기에 이성열의 적시타로 4-3 역전에 성공한 8회말 2사 만루서는 2타점 중전 안타로 6-3 승리 쐐기점을 올렸다. 2008년 6월 3일 LG에서 함께 이적한 듀오가 팀 연패를 끊은 순간이었다.
 
특히 최승환의 분전은 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적과 동시에 당시 주전 안방마님이던 채상병(삼성)과 안방을 공유하던 최승환은 2009시즌 개막 정포수로 나섰다. 그 해 무릎 부상 속 84경기 2할1푼 8홈런 26타점에 그치기는 했으나 생애 처음 올스타전에 출장하는 등 값진 시즌을 보냈다. LG 시절 조인성의 그늘 속 2군이 익숙했던 선수였던 만큼 개인에게는 뜻깊었다.
 
그러나 지난해 신인왕 양의지의 두각으로 최승환은 자리를 잃고 말았다. 양의지는 지난해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을 기록하며 최승환보다 더욱 좋은 타격을 선보였고 경험이 일천한 포수 답지 않은 리드도 펼쳤다. 그해 최승환은 42경기 2할5푼 5타점에 그쳤다. 막판에는 부상이 겹치며 포스트시즌은 물론 마무리훈련도 참가하지 못했다.
 
일본 전지훈련에는 참가했으나 시범경기서부터 계속 2군에서 머물러있던 최승환. 양의지가 27일 한화전서 왼쪽 골반 타박상을 입은 뒤 용덕한마저 경기력에서 크나큰 아쉬움을 보였고 결국 최승환이 다시 29일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그는 안정적인 리드와 함께 값진 쐐기타로 한 몫 했다.
 
경기 후 최승환은 "시차 적응이 안 되서 혼났다"라며 웃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낮 경기를 치르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2군 생활과 달리 야간 경기를 치르는 1군 생활이 오랜만이었다는 베테랑의 농담이 무언가 가슴 먹먹히 다가왔다.
 
"(홍)상삼이 컨디션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도망가기보다 적극적으로 몸쪽 공을 구사해 상대 방망이를 유도하는 쪽으로 나섰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대개 2군 경기는 2시간 반이면 끝나는 데 3시간 30분 넘게 경기하니 더욱 시차 적응이 안되네요. 그래도 박빙 경기에서 이기고 시즌 첫 타점까지 올리니 뜻깊습니다".(웃음)
 
현재 6위(19승 2무 24패, 30일 현재)로 하위권까지 떨어져버린 두산. 상위권에 위치하던 당시의 두산은 잇몸 노릇을 하는 백업 선수층까지 강했던 '화수분 야구'의 대표팀이었다. 2군용 선수로 다시 돌아가는 듯 했던 최승환의 숨은 공로는 두산이 어느 곳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지 알려주는 하나의 복선과도 같았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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