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공장 가보니>
43년 만에 첫 공개…동결건조 기술 ‘핵심 노하우’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 대기업 김과장부터 영업부 이대리나 치킨집 박사장도 회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가장 먼저 커피를 찾는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이면 더욱 당기게 마련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마신 커피만도 228억잔. 이중 150억잔(65%)이 커피믹스 제품이다. 커피믹스 10개 중 8개는 동서식품(84.7%)이 공급한다. 타먹기 쉽고 가격도 봉지당 120원으로 싸다.

진한 커피향이 코를 간질이더니 이내 비둘기색 현장 점퍼가 눈에 들어온다. 국내 최초의 커피공장인 동서식품 부평공장이다. 1970년 세워져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난 27일 동서식품은 이 공장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회사 측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하는 동결건조 공정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다. 부평공장이 외부에 생산설비를 공개한 것은 창립 43년만에 처음이다.
이창환 동서식품 사장(58)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칠성, 남양유업 같은 실력 있는 회사들이 진입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커피믹스 시장이 일시적으로 성공했다고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며 “직접 커피 원두를 수입해 이를 볶는 배전은 물론 분쇄, 추출, 동결 등 모든 공정이 국내 유일, 우수한 만큼 소비자 기호를 파악해 30여년 동안 1위 자리를 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 부평·충북 진천·경남 창원에 3개의 공장이 있으며 이중 부평·창원 공장은 커피 분말을 생산, 진천공장은 시리얼·커피음료 등을 만들고 있다.

이곳 부평공장에서는 아라비카 원두를 이용해 로스팅, 추출, 향회수, 동결·건조를 거쳐 커피믹스를 생산한다. 원두를 볶는 로스팅 작업은 볶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향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해당 원두별로 최적화된 조건으로 로스팅을 진행한다. 로스팅한 원두는 추출 공정과 동서식품이 개발한 향회수 공법을 거쳐 원두의 고유한 맛과 향을 살려낸다. 바로 RAP(Refined Aroma Process) 공법으로 향을 회수한 뒤 건조하기 직전 다시 주입하는 과정을 거치면 공정 중에 향이 손실되는 것을 막고 원두에서 발현되는 풍부한 향기와 커피의 깔끔한 뒷맛을 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제조된 커피는 마지막으로 동서식품이 자랑하는 동결건조공법을 통해 커피믹스의 알갱이 형태로 만들어진다. 공장 6층 동결실에서 동결건조공법의 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내부 온도가 영하 40도 이하로 유지되는 동결실에서는 커피 농축액이 순식간에 슬러시상태로 변하고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아래층으로 옮겨지면서 자연스럽게 냉각된다. 이때 얼음은 순간적으로 기화돼 날아가고 고체분말 상태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 분말은 프리마, 설탕과 일정 비율로 배합돼 봉지커피로 포장된다. 바로 동서식품의 커피 믹스가 탄생하는 과정이다.
1976년 세계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 당시 사치품이었던 커피를 대중적인 음료로 이끈 동서식품의 커피공작소, 부평공장은 국내 커피사(史)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kmk@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1> 동서식품 직원들이 인천 부평공장에서 포장된 상태의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커피믹스를 살펴보고 있다. 동서식품의 대표 커피브랜드인 맥심은 70% 이상을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 로스팅(오른쪽 위) 작업을 거쳐 커피액을 추출, 향회수 및 핵심 노하우의 동결건조공법(아래)을 거쳐 만들어진다.
<사진2>이창환 동서식품 사장이 커피 제조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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