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하희정 돌구이’
참숯으로 초벌 기름기 쫙…겨자소스도 일품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이제 막 작은 알갱이가 여물어가는 포도나무 덩굴이 하늘을 가린 정원. 철쭉과 장미가 싱그러운 향을 내뿜고 있다. 그 옆으로는 가문비나무, 대추나무, 향나무가 푸르름을 더해가고 나팔꽃 줄기도 긴 가지를 뻗쳐가며 제자리를 잡는 중이다. 어디 교외에 작은 식물원에라도 찾았냐고? 아니다. 그저 한 식당에 들어섰을 뿐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번잡스럽지 않은 동네어귀에 자리잡은 ‘하회정 돌구이’는 전원의 향이 물씬 풍기는 오리요리 전문점이다. 생오리, 생오리주물럭, 오리훈제가 메인 메뉴인 이곳에선 수육·모듬전·메밀묵·국시가 곁들여진 하회정식과 된장찌개가 제공되는 오리정식, 한우양지로 국물을 낸 안동국시도 별미다.

여느 오리요리 식당과는 차별되는 이곳만의 특징은 돌구이. 각 테이블마다 고정돼 있는 돌구이판에서 손님들은 취향대로 선택한 오리요리를 맛볼 수 있다. 돌판에서 은근히 익히며 맛을 내기 위해 고기의 두께를 얇게 저며 내놓는다. 여기에 묵은지와 깻잎·상추 등 갖가지 채소가 곁들여진다. 조만간 북한산 송이버섯과 능이버섯도 제공해 함께 구워먹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맛의 비밀병기는 하나 더 있다. 숯불 초벌구이다. 돌구이판에 올리기 전 오리훈제는 정원 한켠에 마련된 숯불그릴 안에서 한 차례 구워진다. 이 과정에서 기름기는 50% 이상 제거된다. 참숯으로 초벌구이한 오리훈제는 바로 손님상으로 옮겨지고 돌판에 올려지는 순간 비로소 그 맛이 완성된다. 고기를 구운 돌구이판에 비벼먹는 밥맛도 일품이다.
그래도 오리훈제의 백미는 단연 소스. 이곳에선 주방장 노하우로 제작된 특별소스를 맛볼 수 있다. 풍미를 더하는 소스의 결정적 비결은 겨자에 있다고 주방장은 살짝 귀띔한다. 여기에 적당히 배합한 물엿의 조화가 기름기를 ‘쫘악~’ 뺀 담백한 오리훈제에 톡 쏘는 듯 특유의 매콤달콤한 맛을 낸다.
양평 직영농장에서 직송해온 유황오리만을 사용한다. 오리요리에 곁들여지는 채소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포도나무가 지붕을 대신하는 정원좌석 80석이 갖춰져 있고 본관과 별관으로 나뉜 실내좌석도 80석 규모다.
순천향병원 지나 이태원 쪽으로 500m를 가면 좌측에 있다. 문의 02-790-9878.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 한남동 하희정 돌구이와 오리훈제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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