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들차회 ‘오월의 차향 남산에 피다’
팽주‧다객 60여명 소풍 온 듯 즐거운 시간
온가족이 함께 전통차 맛보고 예절도 익혀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제법 뜨거워진 햇살이 여름을 부르는 지난 28일 토요일 오전. 서울 남산공원 카페 리옌 널찍한 앞마당에 찻상 10개가 차려졌다. 다소곳이 한복을 차려입은 예명원 회원들이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히 움직였다. 찻상이 차려진 주위를 돌며 찻자리를 점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전 11시. 한 차례 징소리가 ‘제2회 들차회’인 ‘오월의 차향 남산에 피다’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서 팽주로 나선 예명원 회원 10명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르던 다객 40여명이 10개의 찻자리로 흩어져 팽주 앞에 자리를 잡았다. 팽주(烹主)는 차를 우려내는 사람을 말한다.
10개의 찻자리는 잎차, 말차(분말), 중국차 등 차의 종류, 생김새가 구분되는 다기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상차림으로 준비됐다. 찻상도 두 종류. 옛 사대부 선비들이 찻상으로 썼던 사각의 선비상과 궁중에서 연회할 때 내놓던 팔각상이 선보였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꾸려진 이날 들차회 행사는 숨 막히는 일상의 한 줄기 여유로움을 차 한 잔에서 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미리 참가신청을 한 일반인 40여명을 비롯해 예명원 회원 20여명 등 60여명이 참가했다.
차는 곧 휴식이었다. 이날 초대된 다객들은 갖가지 다기에 담긴 다양한 차와 여기에 곁들여진 색색의 다식을 맛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만삭의 아내와 두 살배기 아들 재욱을 데리고 행사에 참가한 김우진(35·청담동) 씨는 “솔직히 그동안 전통차에 관심이 없었다”면서 “이번 행사가 커피를 줄이고 우리차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야외행사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어린 아들이 거부감 없이 녹차를 잘 마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앞으로 다도행사에 계속 참가하고 싶다는 희망을 미리 전했다.
다객 중엔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미8군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미국인 수잔 드로지에(60·이태원동) 씨는 이웃에 사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참가했다. 1993년부터 한국을 오가며 한국문화를 많이 접해왔지만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는 그는 전통차 맛에 대한 칭찬을 연발했다. 말차에 호박과 팥으로 만들어진 다식을 대접받은 그는 “인사동에서 다기세트를 구경한 적은 있지만 찻상이 차려진 자리에서 차를 맛볼 기회는 없었다”며 늘 마시는 커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향과 맛이 좋다고 감탄했다.
한편 행사장 한켠에선 다기전시회가 열려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전시에는 다양한 작품활동과 함께 도예연구를 해온 백철 작가의 다기세트들이 선보였다. 백자, 청화백자, 천목 등으로 빚어진 생활도기들은 나름의 자태를 뽐내며 한국 도자기예술의 발전상을 한눈에 알렸다. 석보도예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백 작가는 “전통성만을 내세워 도자기 자체가 지니고 있어야 할 실용성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며 실생활에 파고들 수 있는 대중적 다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시간여 동안 성황리에 진행된 이날 들차회는 이브닝신문사와 카페 리옌, 차와 정신과 문화 그리고 건강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예명원이 후원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1> 서울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이탈리아식 전문레스토랑 카페 리옌 앞마당 한 가득 찻상이 차려졌다. 지난 28일 ‘오월의 차향 남산에 피다’라는 주제로 열린 들차회에 참가한 40여명의 시민들은 5월의 신록을 배경으로 차려진 찻자리에서 전통차의 향과 맛에 푹 빠졌다.
<사진2> ‘차 한 잔 다식 한 조각’에 즐거워하는 수잔 드로지에(오른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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