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자료 없이 경기하는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전력분석이라면 정평이 나 있는 SK 와이번스도 두산의 깜짝 선발 발표에 당황했다.
3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 앞서 만난 SK 관계자는 "전날(30일) 발표된 두산 선발 이름을 보고 놀랐다"면서 "김선우 정도가 나올 줄 알았다"고 밝혔다.

두산은 이날 SK와의 3연전 첫머리 선발로 2군에서 뛰던 서동환(25)을 불러 올렸다. 누가 봐도 깜짝 기용이었다. 이날 실시된 코칭스태프 조직개편과 맞물려 더욱 초점이 모아졌다.
SK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도 최근 자료가 없더라. 옛날 자료야 있지만 중요한 최근 자료는 전무했다. 특히 피칭 장면은 정말 없더라"면서 "2군 쪽에 수소문해서 알아보긴 했지만 그 동안 경기 때마다 준비하던 자료량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동환은 지난 2008년 4월 24일 대구 삼성전 등판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게다가 선발 등판은 지난 2006년 7월 9일 문학 SK전 이후 처음이다. 올해는 2군에서 9경기(선발 5경기)에 나와 2승 2홀드에 평균자책점이 1.9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모든 평가는 3년전이 최신 버전이었다. 구위에 비해 정돈되지 않은 제구력이 문제였다. 또 경기 마인드도 다부지지 못하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일단 SK가 파악해서 종합한 서동환의 최근 정보는 '볼 스피드는 여전히 빠르다. 컨트롤도 좋아졌다.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한 맛이 있다. 팔꿈치 인대접합과 허리 디스크 수술 경력이 있다. 다른 투수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보지만 부딪혀봐야 안다' 정도였다. 지난 24일 이천 SK전에 중간 투수로 나와 1이닝 동안 무실점하며 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력분석을 위한 표본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보였다. SK 관계자는 "이렇게 상대 투수에 대한 정보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면서 "오히려 김선우와 니퍼트가 나올 2~3차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1군에 올려 던지게 한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1군에 못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믿을 수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날 SK 타선은 서동환을 공략하지 못한 채 1-5로 패했다. 서동환은 5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으로 1실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2006년 4월 16일 잠실 삼성전에서 구원승(1이닝 무실점)을 올린 후 통산 2승째다. SK는 서동환에게 1787일만에 승리의 감격을 안겼다. 결국 김경문 감독이 빼든 깜짝 카드가 성공한 셈이다.
letmeout@osen.co.kr
<사진>서동환/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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